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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멜오 Mar 05. 2019

새로운 일기장의 첫 장

2019.02

나의 이로는 봄에 자라는 생명들처럼 생기롭고 건강하게 그리고 빠른 속도로 자라고 있다.


너의 삶은 나의 시간보다 두어 배는 빨라서 함께 있어도 아쉽기만 한 매 순간들이란다.

네가 태어나기 전부터 엄마는 일기를 써왔지만 네가 태어나면서부터는 나의 일기가 아닌 너에게 보내는 편지가 되었구나. 나중에 엄마의 일기를 모두 너에게 전해줄게.

네가 기억하지 못하는 이 시간들을 종이 위에 붙잡아 놓고 싶은 마음으로 기록하고 있단다.


사랑하는 나의 아가야.

2019년의 2월, 너는 아주 사랑스럽고 몸도 마음도 건강히 자라고 있단다. 표정도 다양해졌고 우는 척도 하고 웃긴 표정을 짓기도 하며 점점 사람이 되어 가는 것 같아. 그런 너를 마주할 때면 엄마는 매일 선물을 받는 것 같단다.

여전히 샤워하는 도중에 허겁지겁 달려가야 하는 날도 있지만 대부분은 너에게서, 너를 통해, 엄마와 아빠는 웃고 행복하단다.

넌 위아래 어금니가 나오느라 종종 밤잠을 설치고 있고, 어떤 날은 악몽을 꾸는지 울며 깨어나기도 해.

그런 밤에는 엄마가 너의 이마와 머리카락을 쓸어주면 너는 금세 다시 잠들곤 해.

집에 있는 장난감과 책들을 새로운 것으로 바꿔줘야 할 때가 온 것 같고, 해가 없고 비가 자주 내리는 이곳의 겨울을 실내에서만 보내느라 활동적인 너에게는 지루한 계절일 거야. 드디어 넌 집에 있는 동물 퍼즐을 모두 맞출 수 있게 되었어(물론 조금의 신경질이 있지만 제법 잘하고 있어.) 책 속에 어떤 그림이 있는지 기억하고 엄마가 읽어줄 때면 손동작으로 알려주고는 하는데 특히, 네가 악어와 펭귄을 흉내 낼 땐 네 볼에 뽀뽀를 멈출 수 없단다.

우리 이로는 많이 웃고 거리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에게 손인사도 잘하는 예쁜 아기야. 달리기도 빨라서 온종일 집안을 우다다 뛰어 다니는 소리가 들려.

혼자서 많은 걸 해보려는 듯

자꾸만 식탁 위를 탐험하려는 용감한 정이로.

하늘을 나는 새를 좋아하고

구름에게 손짓하는 예쁜 아가.


곧 봄이 올 거야. 날이 따뜻해지면 더 많이 놀고, 더 많이 구경 다니러 가자.

너의 깊은 기억 속에 따뜻하고 행복한 순간들만 채워 넣을 수 있게 부지런히 기록할게.


오늘도 사랑한다.

이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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