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미소 짓게 되는 드라마
최근 SNS를 뒤적이다가 발견한 드라마 하나가 있다. 유치한 제목에 내용도 뻔할 것 같았지만 어차피 요즘 볼 것도 없었고 내 취향과 닮은 SNS 속 주인의 취향을 믿어 보기로 했다.
안하무인에 자아도취한 톱스타가 구설수에 오르면서 휴가 아닌 자진 유배를 간 남도의 작은 섬.
매일 취해 있지만 따뜻한 마음의 이장님, 한 사람밖에 모르는 이장님 아들 유일한 섬 오빠, 본래는 본처과 첩이었지만 오랜 세월 함께 살아가며 가족 같은 예쁜이 할머니들, 바다 사고로 부모를 잃은 손녀와 그녀와 함께 사는 남도 음식 장인 할머니. 섬의 사랑꾼 부부
딱 한 명인 초등학교를 지키는 선생님과 그 선생님을 짝사랑하는 보건소 의사 선생님.
동화에 나올 법한 사람들과 동화 속 같은 배경의 드라마 "톱스타 유백이"
드라마는 11화로 완결이 된다. 현실에는 없을 법한 조금은 유치한 스토리 전개와 결말 같지만 사실, 이 드라마는 현실적이 것이 애초부터 필요하지 않았다. 만화 같으면서도 동화 같은 드라마의 요소들이 말도 안 되는 드라마 전개와 주인공의 어색한 사투리에도 전혀 거슬림 없이 한없이 예쁘고 흐뭇하게 바라볼 수 있었던 것이었다.
매 회 작가의 위트를 보는 것만으로도 이 드라마는 모든 것이 만족스러운 드라마였다. 재밌어서 몇 번이고 같은 회를 다시 보게 만드는 마성의 연출력. 세련된 선곡의 OST까지 예뻐서 엉덩이를 두드리고 싶은 드라마.
공식 홈페이지의 설명처럼 이 드라마는 요즘의 우리 삶에서 사라져 버린 "느린 것"을 담아 과거의 시간을 그리워하고 추억할 수 있게 해 준다. 작가와 연출가는 손에 꽉 쥐고 놓지 않고 더 가지려고 안달 난 지금의 우리들에게 중요한 게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가 진정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려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여즉도’에는
디지털 문명의 홍수 속에 사라지고 잊혀져왔던...
우리들의 가슴속 깊이 그리워했던 것들이
화석처럼 고스란히 남아있다.
할머니의 정겨운 빨래 다듬는 다듬이 소리,
비온 뒤 툇마루에서 낮잠을 잘 때
들리던 똑똑 낙숫물 소리,
강아지가 새끼를 여섯 마리나 낳았다고
미역국을 돌리는 철수 엄마도,
이웃 집 담을 솔솔 넘는
구수한 달래 된장찌개 냄새도,
빨간 우체통, 편지지, 공중전화,
카세트 테이프, 다이얼 전화기, 빨래판, 달고나,
모든 것이 그 시절에 멈춰져 있는
사람 냄새나고 정겹고 따뜻한 섬.
여즉~도 아름다운 섬마을을 배경으로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는
정 반대의 청춘 남녀의
유쾌한 로맨스를 통해
삶의 속도를 한걸음 멈추고,
슬로 라이프와 아날로그로 살아가는
‘여즉도’ 섬마을 사람들의
정겹고 따뜻한 이야기를 통해
사라지는 것들에 대해 잠시나마 추억하고
되돌아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멈추어서 바라볼 때 비로소 볼 수 있는 것처럼 우리가 가진 것들을 잠시 손에서 내려놓고 바라보면 오늘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던 것들은 아무것도 아니었음을 금세 알 수 있을 텐데 오늘도 나는, 우리는 손에 쥔 휴대폰과 노트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슈퍼문이라는 오늘 밤, 구름에 가려져 달빛도 보이지 않는 밤이지만 노트북을 덮고 사라져가는 오늘의 것들을 생각하며 오늘도 감사하며 보내본다.
고마웠다. 나의 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