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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멜오 May 22. 2021

봄 밤

인생은 봄밤에 마시는 화이트와인과 같이.

남편은 아이를 씻기고 재운 후 친구 집으로 놀러 나가고

아이는 일찍 들었으니

나만의 금요일 밤을 보내기 딱 좋은 시간 아니겠나!


날도 따뜻하고

발코니 문 열어두고 지난 주에 사두고 저녁마다 한 잔씩 마시던 화이트 와인을 꺼내어 마시다 보니 기분이 좋아진다.

5월. 봄밤의 기운들


스무살 기억을 소환하는 그런 밤과는 다른 기온이지만

나에게 더없이 소중했고 따뜻했던 기억의 조각들


어떤 해의 봄은 친구의 홍대의 작은 원룸이었고

어떤 봄은 조깅을 하며 건너던 파리의 퐁데자였다.

남편이 되기 전 그 남자와 걷던 강아지 산책길이도 했고 홍대의 와인바 알바를 하던 그 시간이기도 한

나의 봄밤의 기억.


지나와보니 행복했다 말할 수 있겠다.


가진 것이 없어 더 갖고 싶던 그 시절의 나와

시간이 지났어도 이루지 못한 나를 와인잔 앞에 놓아둔채 그럼에도 괜찮았다고 말할 수 있는 오늘에 대해.


아침이면 지우고 싶을 이 글에 기록해본다.


나의 기억 속 봄밤에 있던 친구들과 연인들과 그리고

지난 나에게.


아무것도 아닌 오늘이 지나고 나도

문득 나는 오늘을 기억하게 될테니

잊혀지는 것에 대해

이루지 못하는 것에 대해 너무 연연하지 말라고.


인생은 봄밤에 마시는 와인 한 잔 처럼

나의 삶도 이렇게 기분 좋게 흘러 갈 것 일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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