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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멜오 Apr 02. 2022

남들처럼 살기 싫었지만

이제, 남들처럼 살고 싶어졌다.

2015년. 결혼 하고도 줄곧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못 한 생활이었다.

아니 현재 진행형이라고나 할까.


결혼 직후 몇년간은 "돈"이란 것에 개념이 거의 없었다.

물론 남편과 싸우는 80프로는 돈에 관련된 것이었던 것 같으면서도 지나보니 그것이 경제적 빈곤이란 이유라는 것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정서적 교류의 갈망, 결핍 뭐 그런 시기 였던 듯 하다.


우리 부부는 아이를 낳아서 기를 때까지도 경제적 안정감이란 것을 가져 본 역사가 없다.

있으면 쓰고 없어도 쓰는 그런 부류 였달까.

없는데 어떻게 쓰나? 하지만 없어서 꾸역 꾸역 꾹 짜다보면 마이너스도 만들어 쓰게되는 사람들이 있다.


누군가는 무책임하고 멍청하다고도 비난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우리는 그때만해도 미래라는 것에 대해 호의적이지도 계획적이지도 않았다.


이곳에 사는 한 우리는 노년까지 굶어죽지는 않을건데 뭐, 하는 안일함

쓸데없는 안도감을 가지고 살았는지도 모른다.


그러다 아이가 생기고

아이가 나이를 먹을수록 아이에게 필요한 것들이 많아졌다.

아니, 내가 아이에게 해주고 싶은 것이 많아졌다는게  정확할 수도.


남들처럼 이라는 말을 싫어하지만

나는 내가 어린시절 3녀 막내라서 경험해보지 못한 서글픈 기억때문에 남들처럼은 해주고 싶었던 마음이 점점 커져갔다.


예쁜 옷, 가방, 장난감, 악기 배우기, 스포츠클럽 등등

해줄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다 해주고 싶었다. 당장에 살 수 있는 것들은 별 거절 없이 다 사주었다.

그래서 나는 둘째를 갖는 것을 진작에 포기하기도 했다.


아무튼 우리에게 아이가 생기면서 /키우면서 현실을 직시하게 됐고

어쩌면  자식에게는 이런 경제적 불안감을 물려주고 싶지 않았기에 

혹은 아이가 자랐을 때까지 이런 상황이 지속되는 끔찍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기에

우리는 정신을 차렸다.

[남들처럼 살자]

그덕에 남편과 현실에 관한 / 경제적인 것에 관한 싸움은 더이상 하지 않게되었다.


난생 처음 저축이라는 것과 주식투자라는 것을 하면서

우리도 남들과 같은 삶의 반영에 들었는지 발만 담갔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때문에 남들과 같이 일상을 조이며 살게 된 것은 맞다.

이번달 생활비에, 소비의 끝에는 결국 아껴야해. 라는 말을 끝맺음으로 쓰게되었다.


내가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으려 했던 이유는

남들과 같은 그런 삶을 살고 싶지 않아서 였는데

결국은 다수의 삶을 따라갈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내 삶이 아닌 타인의 삶 즉, 자식의 삶을 함께 살아야 하기 때문이었다.

[자식을 위해]라는 말은 아니다.

결코 자식 때문만을 위한 결정은 아니다.


나이를 먹고 마흔을 앞 둔 시점에

아무것도 갖지 않은 나의 삶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기 때문이랄까.

남들은 다 가지고 있는 것 같은

차, 집, (아직은 부럽지 않은) 명품가방이나 (조금 많이 부러운-갖고싶은) 디자이너 가구들따위는 없는

나의 삼십 후반의 삶이 걱정되기 시작했기 때문일까.


남편과 나는 프리랜서이다.

말이 좋아 프리랜서이지 반백수라 해도 무관하다.

아무튼 프리랜서라서 나는 지금껏 나를 몹시 게으른 인생이라 생각하고 살았다.

게을렀기에 이만큼밖에 없는 것이라,

게을렀기에 남들처럼 살지 못하는 것이라고.


아이를 재워놓고 케익을 구워 식힘망에 올려 놓으며 생각났다.

난 정말 열심히 살았는데. 왜 난 게을러서 이렇게 살고 있다고 생각했을까...?

결국 내가 내린 답이 나를 한없이 쓸모 없었던 인간으로 결론 지었다니.


아이를 낳고 백일도 안돼 케익을 만들어 팔았고

아이가 두돌이 되던 해에는 코로나 때문에 남편이 실직자가 되어

하루 3시간을 못 자며 쇼핑몰일을 했었다.

지금은 아이를 키우고 케익을 팔고 쇼핑몰도 운영하고 있다.

스무살 연고도 없는 프랑스에 와서 오로지 성공 이라는 그 목표만으로 지독한 유학생활을 견뎌 냈었다.

생각해보니 나 참, 열심히 살아왔구나 하는 생각들이 스쳐간다.


매일 나는 채찍질 하며 더 열심히 살아야 남들처럼 살 수 있다고 혼내기만 했었다.

내가 게을렀으니까, 남편은 더 열심히 하지 않았으니까... 그런 어거지 이유를 가져다 대면서

정작 내가, 우리가 해왔던 노력들에는 너무도 무관심 했던 것이다.


남들처럼 사는 것

그것이 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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