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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멜오 Apr 05. 2022

서른 후반 뒤늦은 덕질 -Life goes on

이게 바로 덕질의 입문인가.

58년생 엄마는 최근 [임영웅]에 빠져 하루가 살맛 난다 하셨다.

지독하고 고된 김장도 임영웅과 함께라면 신난 노동이었다고 하셨다.


나는 멀리 살고 있는 딸내미이기에 한국에 있는 언니들에 비해 엄마의 수다를 꽤 인내심 있고 진지하게 들어준다.

엄마의 임영웅 사랑을 매번 전화 통화 때마다 듣게 되는데

이것 역시 매번 쉽지만은 않지만 나는 온마음을 다해 엄마의 수다에 맞장구 쳐준다.

내 음력 생일은 잊어도 임영웅 생일은 기억하고 계시는 엄마에게 하나도 서운하지 않았다.

나른하고 지루했을 엄마의 삶에 설렘이라는 요소를 주었기에 그저 괜찮은 상황이라 생각하고 넘겼다.

그런데


미쳤지


내가

다 늦은 BTS 입덕이라니!!!!!!

어이가 없어지는  상황.


사실 고백하자면 나는 BTS멤버 얼굴 구별도 겨우 한다.

누가 정국이고 누가 뷔니? ㅋㅋㅋ

슈가랑 지민이는 왜 또 헷갈리는거니…


문득 환갑을 넘은 엄마의 임영웅 사랑과 서른 후반 나의 bts 사랑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았다.

어떤 방식이었던 두 가수 모두 우리 모녀의 삶을 의미있게 만들어 주었다.





우연히 듣게 된 Life goes on 노래 가사에

마음에 찡한 울림이 생겼다

지난 어느 날

우연히 유퀴즈에 나온 BTS의 인터뷰를 보는데

아, 참 바른 사람들이구나. 생각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또 한참이 지나

Life goes on 노래가 (다시) 들려왔다.

지지리 한 코로나 세상. 아니 어쩌면 지지부진한 나의 일상들. 나의 삶


그냥 그렇게 살아지는 것이라 생각했었다.

이것도 나쁘지 않다 생각했으니까

그러다 다시 유퀴즈에 나온 BTS의 인터뷰를 찾아보았다.


아, 그들이 세계 최고의 가수가 되기 위해

우리가 알지 못할, 감히 상상하지 못할 노력의 시간들이 있었구나.

그들이 준비되지도 않았는데 한순간에 스타가 된 사람들이 아니었구나.

그저 시대를 잘 타고난 운 좋은 사람들이 아니었다는 걸 깨닫게 됐다.

그들의 짧은 인터뷰를 보면

난 오늘 뭐했나?

오늘 어떻게 보냈을까. 하는 생각의 꼬리들과

따분했던 나의 삶의 활기가 생겨났다.

나는 더 열심히 오늘을 살아야겠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겠다.


누울 곳만 찾아다니는 하이에나인 정통 isfp 답게도

나의 하루는 소비되지 못 한채 증발했는지도 모른다.


아이돌을 통해 나의 삶의 성찰을 하게 될 줄이야.


어찌 되었든 나는 Life goes on을 134번째 재생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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