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 너는 사랑이야)
바르셀로나에 다녀온 사람들에게 여행이 어땠냐고 물으면 백이면 백 모두 좋았다는 답을 들었다.
그곳에 가면 뭐가 있길래 모두들 도시와 사랑(혹은 짝사랑)에 빠져오는지 궁금했었다. 그래서 떠난 바르셀로나
나는 빠리에서 6년을 넘게 살았지만 3년이 지나서야 이곳이 좋구나라고 느꼈다.
나에게 파리는 콧대 높은 도시 - 주머니 사정이 좋을수록 좋은 것들, 맛있는 것들을 즐길 수 있으니 가끔은 상대적 박탈감이랄까
그런 기분에 휩싸이기도 하고 나도 저런 부유한 사람이 되어 즐길 수 있다면야 어찌 사랑스럽지 않은 도시인가 - 아름다움과 쓸쓸함이 공존하는 곳이다.
평생 갖지 못 할 귀한 보석을 바라보는 기분이랄까
그런데 바르셀로나는 반나절만에 사랑에 빠져버렸다.
내가 사랑하는 빠리의 모습이지만 그곳에서 느껴지던 쓸쓸함은 쏙 빠지고 젊고 활기찬 기운들이 꽉 채워진 곳이었다.
왜 다들 그토록 바르셀로나를, 스페인을 사랑하는지 나도 아주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하고 싶지만
아직 처음이니 세네 번은 더 와 보고 얘기해 보련다.
(내가 사랑하는 바르셀로나의 모습)
남편과 나는 매일 가우디의 파밀리아 성당을 보러 갔다 왔다. 가우디의 건축물을 보고 나면 그에게 호감(호기심)을 갖지 않을 사람이 있을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정말 놀라운, 멋진 예술가 가우디
언니가 여행 중인 내게 "가우디가 정말 천재 같더냐?"라고 물으니 나는 "가우디가 천재가 아니면 세상에 천재라 부를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을 거야"라고 답했었다.
완공되면 그때 그 기념으로 다시 보러 와서 미사를 들이겠노라. 생각했었다.
바르셀로나에서 아쉬웠던 점을 꼽으라고 하면
커피가 맛이 없다.(맛있는 커피집 찾는 것도 어렵다) 커피 문화가 오래전부터 자리 잡았을 텐데 왜 이토록 맛이 없을까? 엄청나게 궁금해졌다...
바르셀로나의 맛있는 커피를 검색하다가 찾은 블로그에서 알게 된 정보인데, 스페인(바르셀로나)에는 로스팅하는 곳도 별로 없을뿐더러 단맛을 좋아하는
국민들의 취향에 맞춰 대형 커피회사에서 원두를 로스팅할 때 설탕을 넣어 로스팅하다 보니 색은 짙어져 예뻐(맛있어) 보이지만 맛은 탄 맛과 쓴맛이 섞여
매우 복잡 미묘한(맛없는) 맛이라고 하니... 아, 그래도 이렇게 음식 맛있는 나라에서 커피가 맛없을 수 있을까 싶은 안타까운 마음뿐이었다.
독일 친구에게 추천받아 찾아간 요즘
핫 한 타파스 가게 La Tasqueta De Blai
타파스도 맛있었고 샹그리아는 더 맛있다. (타파스 10개 먹은 건 비밀)
한국에서는 특별할 것들이 아니지만 베를린에서 살다 보면 바다에서 나온 것들은 다 귀하고 맛있는 법
(=안 먹어봐도 다 맛있을 것 같음)
시장에서 해산물 가득 사 와서 쪄먹고
소라는 손으로 살살 달래 돌돌 꺼내 먹었다.
버터 가득 넣고 오레가노만 살짝 넣어 구워 먹어도 맛이 최고. 스페인 맥주랑 먹고 있으면 숨도 안 쉬고 꿀떡꿀떡 넘어간다.
(하몬이베리코샌드위치 - Crusto)
검색을 하다가 찾아낸 빵집인데, 빵도 맛있고 커피도 맛있다고 칭찬 일색이라 찾아가는데 남편하고 싸우기 직전까지 길을 헤매다가 Crusto 를 찾았다.
둘이서 빵이랑 커피를 나눠 마시고는 서로 기분 상한 건 자동으로 잊어버렸다.
(애플 타르트 - Crusto)
(부야베스 - Paco Alcalde)
지금까지 딱 두 번 부야베스를 먹어봤는데 나는 이 음식이 바닷사람들이나 한국 사람들에게도 소울푸드가 될 거라는 믿음이 있다.
분명 뭔가 가슴이 찡해지는 맛이다.
프랑스에서 먹었던 그 맛과는 또 다른 맛이었지만 엄마 생각나는 맛
(최고의 빠에야- Paco Alcalde)
남편이 독일 블로그를 통해 알게 된 식당인데 다행스럽게도 아직 한국인들은 모르는(?) 식당이다.
이걸 올릴까 말까 너무 고민이 되었지만 일단 나는 파워블로거가 아니니 큰 걱정은 하지 않는다.
가까운 블로거 이웃들만이라도 알고 꼭 가보라고 하고 싶어 남겨놓지만 혹시나 다음번 이곳에 왔을 때 한국이 너무 많아지면 나는 너무 싫어질 것 같다.
뭔가 아지트를 빼앗긴 느낌? 흐흐흐 말은 이래도 사실 여긴 아주 유명한 곳이라서 알만한 사람들은 알 수 있는 식당일 테고 그럼에도 맛이 좋아 누구든 바르셀로나에서 빠에야를 먹고 싶은 데 갈 곳을 찾는다면 이곳을 백번 추천하리다.
신선한 재료가 빠에야의 품격을 높여준다!
http://www.laguia.es/empresas/restaurante+arroceria+barcelona+casa+paco+alcalde/
내가 상상하던 스페인의 색, 공기, 공간들
저녁을 먹고 나와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만난 이 순간이 내가 늘 생각했던 스페인과 마주했던 찰나였다.
람브란트 거리에 있는 아주아주 유명한 하몬 이베리코 샌드위치를 파는 가게에서 늦은 점심으로 샌드위치를 먹고 너무 맛있어서 눈물이 나오는 것을 꾹 꾹 참았다.
그리고 조용히 샌드위치 하나를 더 주문했다.
바르셀로나 와서 빵탐, 하몬탐 폭발함
(남편에게 절대 양보 없음)
(일요일 고딕 지구)
갑자기 쏟아진 비를 피해 들어간 카페에서는 지금까지 먹어본 스무디 중 가장 맛있었던 최고의 스무디를 맛 보았고 한국만큼 속 시원한 무선인터넷을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
우리의 마지막 저녁은 숙소 근처에 있는 빠에야를 잘하는 집이라고 하여 갔는데 남편이 이걸 꼭 먹어보고 싶다 하여 손짓 발짓 다 해가며 시켰는데 딱 이거란다.
(먹어보지도 않았으면서 그걸 어떻게 안담?)
문어는 차갑게 해서 먹을 것 같았는데 살짝 데친 문어에 올리브 오일 슝슝 뿌려 파프리카 가루를 뿌려 먹는다. 맵다고 했는데 우리에게는 하나도 안 매운 매운맛이다.
그건 그렇게 문어가 이렇게 맛있어도 되나 싶은 그런 맛이다. 분명 식전 음식인데 우리는 식사처럼 먹어버렸다. (다음번에는 문어 다리 두 개 해달라고 해야지)
이번 여행에서 참 다행이었던 건 남편이 하몬과 초리조를 너무도 좋아해 줘서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이거 못 먹는 사람도 참 많은데 너무 잘 먹어서 내 몫까지 다 먹을 것 같아 경계도 하긴 했지만 내가 하몬 이베리코 샌드위치를 연달아 먹어도 불평해주지 않아 얼마나 대견했는지 모른다. 베를린에 돌아오기 전 우리는 보케리아 시장에 들러서 정성을 다해 맛깔스러운 초리조 4개를 사 왔다.
그런데 벌써 다 먹어버린 건 너무 슬픈 현실
베를린에서도 여기저기서 하몬, 초리조 다 사보고 있지만 스페인에서 먹었던 그 맛은 어디에도 없다.
그러니 곧 다시 다녀와야지
바르셀로나 여행 중 참고하면 좋을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