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멜오 Sep 02. 2022

이로운 생활 - 감개무량 5세

삼겹살과 볶은 김치 그리고 흰쌀밥

하원  작은 걸음으로  근처 마트에 들러 과일  개를 고르고 저녁으로  먹을지 상의를 했다.


“이로야 저녁 뭐 먹고 싶어?”라고 물으면

보통은 모르겠다는 답이지만 정말로 먹고 싶은 게 있는 날에는 재료와 요리 방법까지 콕 집어 얘기해준다.


오늘은 쌀밥에 고기가 먹고 싶다고 한다.

이로는 고기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고  입맛이 정확한 편이라 미디엄으로 구운 스테이크만  먹는 편이지  외에는 육식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아무 생각 없이 소고기 필레(안심 스테이크) 유통기한 임박(내가 먹을) 삼겹살 세일이 있길래 저녁 찬거리로  왔다.

당연히 이로는 삼겹살을 먹지 않을 것이란 예상을 하고 나는 삼겹살과 볶은 김치와 흰쌀밥을 

아이에게는 소고기 스테이크 (물론 미디엄으로  구웠다.) 차려 주었더니

녀석이 두어 점 먹더니 내 밥에 관심을 갖는다.

김치를 물에 씻어 달라는 둥

자기도 삼겹살 먹어보겠다는 둥…?

고기는 더 있으니 먹고 싶으면 더 구워주겠다고 하니

그것도 아니고 내가 먹는 것을 본인도 먹겠다고 한다.

부드럽게 익힌 삼겹살과 반짝 빛나는 (아마도 윤기가 흐르는게 반짝이는 것처럼 보였으리라) 볶음김치도 함께  먹고 어!


볶은 김치는 물에 씻어 봤자 양념이 씻겨나갈  없는데도 응원봉 흔들  물속에서  없이 김치를 씻어보아도 양념이 씻겨 나갈리 만무하다.

아이는 여전히 빨간 그 김치 작은 한 조각을 야무지게 흰쌀밥에 얹어 먹는다.

맛있는데 매우니 물도 들이켠다.

두번 세번 연속으로 물이 쭉쭉 들어간다.

역시나 매운가 보군.


결국 나는 밥을 먹다 말고 삼겹살 한 줄을 굽고 김치는 물에 씻어 하얗게 한 후 삼겹살을 굽던 팬에 함께 굽는다.

노릇하게 고기가 익었고 김치는 윤기가 바르르 하니

호숫가 물결처럼 반짝인다.

작게 잘라 아이에게 줬더니

바로 이맛이지. 

엄마, 사실 나는 삼겹살에 흰쌀밥이랑 김치가 먹고 싶었던  같아.

이런 말을 한다.


아니 저기요? , 언제부터 흰쌀밥에 볶은 김치가  입맛에 맞으셨던 거죠?

이거 처음 먹는 거 아닌가요? 선생님?


그렇게 이로는 밥을 두 번이나 더 채워 먹고 저녁식사를 끝냈다.

어떤 날은 밥과 원수 진 것처럼 먹지 않다가도 이런 날은 밥을 나보다 더 먹기도 한다.


이렇게  먹고 며칠이 지나면 

 볼이 마치 백도 복숭아  알이 얹어진 것처럼 볼록해진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고 보면 볼이 핼쑥해져 있는데 그만큼 키가  자라난 모습이 보인다.

여름철 텃밭에 심어 둔 상추나 깻잎들이 하룻밤만 지나도 무럭무럭 자라나듯

곁에 두고 보는데도 아이들은 하루 이틀 새에 쑥 쑥 자라나는 것이 보인다.


그렇게 우리 이로는 5세가 되었고

기특하게도 한국인의 입맛 유전자를 잘 키워 나가며

삼겹살과 볶은 김치 그리고 흰쌀밥의 음식 마리아쥬 정도는 기본으로 할 줄 아는 기특한 녀석으로 자라고 있다.


자, 그럼 다음 메뉴는 무엇으로 해볼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