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살의 마지막 밤
나의 이로는 9월 3일 5살이 된다.
오늘도 볶음 김치에 야무지게 밥을 네 번이나 먹고
후식도 잘 챙겨 먹은 저녁식사였다.
너무 많이 먹는 것 같아서
-이로야, 밥을 너무 많이 먹어서 잠들기 어렵겠다.
엄마 안 자면 되지. 밤늦도록 소화를 시킬게!
-근데 빨리 자야 내일이 오고 네 생일도 오는 걸?
아니야 엄마,
잠을 안 자도 시간은 흘러. 아침은 오는 거야.
-으응… 맞지. 그 말이 맞긴 하지.
도대체 이 아이는 요즘 누구랑 대화하는 것일까?
저녁을 먹고
늘 그랬듯 아이를 씻기고 몸 구석구석 로션을 바르고
잠잘 준비를 하면서 아이에게 인사를 건넸다.
오늘은 4살 이로의 마지막 날이네.
안녕 4살 정이로. 내일 만나자 5살 정이로!
5년 전, 아이를 낳으러 병원으로 가던 날
공기도 하늘 색도 선명하게 기억난다.
오랜 진통이 계속되다
병원 밖 창문을 봤는데 커다란 무지개도 있던 그날.
벌써 이 아이가 다섯 살이 되었다는 것이
아이의 발이 나의 손바닥 만하게 커져버린 시간이
그리고 내가 아이와 다섯 번째 가을을 맞이 한다는
이 시간이 믿기지 않았다.
다섯 살이 된 이 아이와 볶은 김치를 나눠 먹으며
잠을 자지 않아도 시간은 흐른다는 이야기를
하게 된 건 분명 멋진 일이다.
반가워 다섯 살 정이로.
그리고 사랑해 정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