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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멜오 Sep 03. 2022

이로운 생활 - 시간은 흐르는 거야.

4살의 마지막 밤

나의 이로는 9월 3일 5살이 된다.


오늘도 볶음 김치에 야무지게 밥을 네 번이나 먹고

후식도 잘 챙겨 먹은 저녁식사였다.

너무 많이 먹는 것 같아서


-이로야, 밥을 너무 많이 먹어서 잠들기 어렵겠다.

 

엄마 안 자면 되지. 밤늦도록 소화를 시킬게!


-근데 빨리 자야 내일이 오고 네 생일도 오는 걸?


아니야 엄마,

잠을 안 자도 시간은 흘러. 아침은 오는 거야.


-으응… 맞지. 그 말이 맞긴 하지.


도대체 이 아이는 요즘 누구랑 대화하는 것일까?


저녁을 먹고

늘 그랬듯 아이를 씻기고 몸 구석구석 로션을 바르고

잠잘 준비를 하면서 아이에게 인사를 건넸다.


오늘은 4살 이로의 마지막 날이네.

안녕 4살 정이로. 내일 만나자 5살 정이로!


5년 전, 아이를 낳으러 병원으로 가던 날

공기도 하늘 색도 선명하게 기억난다.

오랜 진통이 계속되다

병원 밖 창문을 봤는데 커다란 무지개도 있던 그날.

벌써 이 아이가 다섯 살이 되었다는 것이

아이의 발이 나의 손바닥 만하게 커져버린 시간이

그리고 내가 아이와 다섯 번째 가을을 맞이 한다는

이 시간이 믿기지 않았다.


다섯 살이 된 이 아이와 볶은 김치를 나눠 먹으며

잠을 자지 않아도 시간은 흐른다는 이야기를

하게 된 건 분명 멋진 일이다.


반가워 다섯 살 정이로.

그리고 사랑해 정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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