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의 탄생
2013년 결혼을 하고 3년 동안 아이가 생기지 않았다.
심각하게 상황을 받아들이지는 않았지만 왠지 모를 조바심이 생기던 3년 차였다.
몇 달은 생리를 하지 않다가 임신 테스트를 하고 실망하는 것에 반복하던 차였다.
병원에서는 난임치료를 권했고
임신을 위해 배란기에 맞춰 배에 주사를 놓는 처방을 받았다.
결국 그 주사를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고
우리는 자연스럽게 아이가 와주길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처방을 받고 두 달이 되지 않아서 나는 임신을 했고 출산을 했으며
그 아이가 이로이다.
5년이 지났는데도 아이를 낳으러 병원으로 가던 날이 생생하다.
여름이 막 지나가고 바람결이 바뀌던 날이었다.
햇살은 따가워도 바람은 차가운 그날.
꼬박 12시간의 진통 끝에 예정일에 딱 맞춰 나온 나의 아이
나의 사랑 정이로.
이로운 사람이 되라고 내가 지어 준 이름이다.
성을 붙여 부르면 정의로운 이란 단어와 소리가 같은 이름이다.
나는 아이를 품은 날부터 아이의 이름을 지었었다.
태명은 나눔이었고 이름은 이로.
타인에게도 스스로에게도 이로운 사람이 되길 바란 마음이었다.
그리고 5년 후,
이 녀석은 나의 삶에 이로운 것이 되었다.
아이의 생일에는 손수 내가 만든 케이크와
내가 해줄 수 있는 정성은 모두 담아 선물도 생일상도 차려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내가 이 녀석을 만나 녀석을 키우면서 받은 것들은 말도 못 하게 많은 것들이라
내가 줄 수 있는 물질적인 것들과는 비교가 안되지만
녀석의 생일은 꼭 행복한 날로 만들어 주고 싶은 게 나의 바람이다.
아이가 세상에 태어나기 전과는 너무 많은 것들이 변해버렸기에
이전의 나의 삶이 타인의 것으로 느껴질 때도 있다.
물론 온전한 나만의 세상이 었던 시간이 그리울 때도 많지만,
이 아이를 통해 바라본 나와, 세상은
나의 서투른 표현으로는 가히 설명하기 어려운 것들이 많다.
말해 무엇할까 싶은 당연한 소리지만
육아는 몹시도 힘겹고 어려운 일이다.
차라리 2교대 근무를 하는 것이 더 쉬울지도 모른다.
작은 생명과 함께 살아가는 일은 정말 어렵다.
아이를 키우면서 나에게 쌓이는 많은 감정들이 아이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
내가 나의 삶을 아낄 수 있게, 조금 더 건강한 태도로 삶을 살 수 있게 만들어주었다.
헌신적인 사랑, 더 큰 사랑 그런 것들 보단
나를 더 사랑하고 아끼게 만들어 준 나의 이로에게
다섯 번째 생일을 맞아. 다시 한번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