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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멜오 Mar 26. 2023

사랑하는 정윤에게

누구에게 가장 먼저 편지를 쓸까 생각을 하다 짧은 시간 내 그가 누구인지 알아차릴 수 있었습니다.

나는 나를 사랑해 줬던 이들에게 짧은 편지를 남길까 합니다.

고전 유럽 소설체 같을 수도 있고 하루키의 문체를 닮았을 수도 있다는 건 미리 알려줄게요.

나는 무라카미 하루키를 좋아하고 프랑수와즈 사강을 사랑합니다.

때론 그들의 번역체가 나의 글에 남겨져 있음을 알려드려요.


나를 사랑했던 사람들을 떠올리다 그 사람들에 관한 글을 쓰고 싶어 졌습니다.

엄마도, 언니들도 아닌 정윤에게 첫 글을 바치고 싶었어요.


엄마와 언니들과의 관계에는 투명한 벽 하나가 있습니다.

좋아야만 하는 우리의 관계 속에 세워진 벽은 투명하고 얇습니다.

모두 다 들어낸 것 같지만 그렇다고 그 간격이 없는 것은 아니죠.


나의 존재 그대로 보여준 사람. 정윤에게

나의 글을 바칩니다.


어쩌면 아무렇지도 않았고 아무렇게도 살아도 된다고 생각했던 나의 삶에 조금의 이유와 더 많은 가치를 얹어준 존재가 당신이 아닐까 싶어요.

누구에게나 일어날 것 같지만 누구에게든 일어나는 일이 아니었던 나의 삶의 여정이

나쁜 기억이 아니란 걸 알려준 유일한 존재였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요?


스무 살에 만난 정윤을 서른여섯 살이 되어서도 추억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요?

어려서 서툴렀던 그 시절에부터 함께 나이를 먹어 가는 오늘까지도.

나는 정윤으로 인해 위로받고 있습니다.


서교동 어디였던가, 프라하 다리 위에서였던가 어디서든 내가 당신을 추억할 때면

내가 힘겹게 살아가던 오늘에 위로와 응원을 받아요.

엄마에게서도 받지 못했던 그 따뜻한 사랑이 있어요.


고마워요. 정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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