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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niciel Mar 23. 2021

13. 염증

이 나이 때에 모두가 하는 고민이겠지

얼마 뒤에 사당동으로 이사를 했고 공식적으로 동작구민이 되어 강남으로 출퇴근을 하게 되었다. 비록 월세 살이 신세였지만 서울 사람이 된 것만으로도 마음의 밑바닥에 잔잔한 행복감이 깔렸다. 그 정도였다. 서울을 향한 나의 마음은.


한동안은 7호선을 타고 논현으로 다니다가 반년 정도 뒤에는 고속버스터미널에서 환승하여 3호선 신사로 회사를 다녔다. 매일 아침 지하철을 열심히 타고 회사를 다녔다. 


하지만 한 달, 두 달이 지나고 그 생활을 지속할수록 회의감이 많이 들었다. 현실과 이상은 다르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정말로 원했던 무언가는 나중으로 미루어 둔 채 이런 생활을 계속하다 보니 만족스러울 수가 없었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미래가 무엇 일지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나의 시간을 투자하는 만큼 주어지는 보상 또한 그렇게 충분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이런 월급을 받으면서 내가 앞으로 서울에서 살아갈 수나 있을지, 조금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기를 기대할 수 있을지, 현실적인 고민을 하게 되었다. 


그야말로 나는 나의 가장 좋은 시절 중의 일부를 헐값에 팔고 있었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당장 무언가 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러자 일을 하러 다니는 시간들이 참 괴롭게 느껴졌다. 아침에 출근을 하기 위해 사람들이 가득 차다 못해 터질 것 같은 열차에 몸을 구겨 넣고 사무실에 도착해서 나의 하루의 절반 이상을 그곳에서 보낸다. 그리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사람들이 가득 차다 못해 터질 것 같은 열차에 몸을 구겨 넣고 집으로 간다. 


그렇게 신나서 다니던 고속버스터미널이, 강남이 이제는 싫었다. 언제나 나를 자유롭게 만들어 준다고 느끼던 지하철이었는데 이제는 지긋지긋해졌다. 아침마다 바글바글한 열차 안에 몸을 구겨 넣고 목적지까지 버티면서 출퇴근해야 하는 것이 싫었다. 그때부터였나 보다. 강남이 너무나 번잡하게 느껴졌고 많은 사람들과 길 위에서 부대끼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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