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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niciel Mar 22. 2021

12. 그때 호숫가에서 산책을 더 했어야 했어

이 각박한 세상 속으로 뛰어 들기 전에

프랑스에서 돌아오고 나서부터는 꼼짝없이 마지막 학기 수업을 들으면서 즐거웠던 대학 생활을 마무리할 준비를 했다. 그리고 꼭 졸업 전에 취직을 반드시 하겠다는 목표를 위해 틈만 나면 밤낮으로 자기소개서인지 소설인지 모르겠는 글을 써대며 방 안에 틀어 박혀 있었다.


학생이었던 나는 아무런 경제적 능력이 없다는 상황에서 하루빨리 벗어나고 싶어 했다. 하지만 동시에 사실은 정말 간절하게 쉬고 싶었다. 그렇지만 내 앞으로 쌓여 있는 학자금 대출은 어찌할 것이며, 앞으로 어떻게 먹고살 것인가, 그래도 프랑스에서 충분히 여유롭지 않았었나 하고 쉬지 않아야 할 이유를 찾고 합리화했다.


생존해야 한다는 위기감과 두려움이 나를 움직였다. 사람은 주머니에 돈이 없으면 몸과 마음이 함께 쪼그라드는 것 같다. 졸업하기 전 마지막 학기에 살던 집 근처에는 예쁜 호수가 있었는데 그 여유를 별로 누리지 못했다.


내가 이사를 다녔던 횟수만큼 나는 항상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되었지만, 나는 점점 사는 것에 지쳐가는 과정을 겪고 있었던 것 같다. 그동안 한 번도 제대로 된 쉼 없이 달리기만 해서 몸과 마음이 소진되고 있었다. 그때 호숫가에서 산책을 많이 해두었어야 했다.


나는 결국 원하던 대로 졸업 하기 한 달 전에 취업에 성공할 수 있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스타트업에서 나의 첫 커리어를 시작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또 한 번 나는 내가 원하던 것을 양보하고 당장의 이익을 좇게 되었다.


처음에는 어떻게든지 드디어 학생의 신분에서 벗어나 경제활동을 하게 되었다는 생각에 신이 나기도 했고 긴장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걱정보다는 내가 스스로 돈을 벌어서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더욱 큰 기쁨이었다.


원래 나고 자라기를 서울에서 자란 사람들에게는 엉뚱해 보이기도 하겠지만 내가 어릴 적부터 늘 가지고 있던 목표를 결국 달성할 수 있어서 기뻤다. 두 가지였다. 서울 사람이 되는 것, 강남에 있는 회사에 다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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