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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niciel Apr 04. 2021

25. 이태원에서 집 찾기

'저렴한 월세방'을 중심으로

혼자만의 이태원 탐험을 마치고 난 뒤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나는 이사 갈 집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하루 동안 동네를 대강 돌아보아서 머릿속에 어느 정도 그림이 생겨 새로 구할 집의 위치와 거리 분위기를 파악하기에 수월했다.


저렴한 매물을 찾아 다니면서 여러 동네를 다 한번씩 가보았다. 이태원역과 가까운 곳도 한번 가보았고, 해방촌 근처의 매물도 한번 보았다. 


이태원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공존하고 있다. 서울에서 외국인도 가장 많이 거주하고 있지만, 언덕과 경사를 경계로 생활수준의 차이가 눈에 보일 정도로 남 부럽지 않은 형편의 사람들이 사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들이 길을 하나 두고 나뉘어 있다.


그래서 집도 그러하다. 한국에서 가장 재산이 많은 사람을 위한 집이 이 동네에 있고, 재개발만을 기다리는 낡은 기왓장 지붕을 가진 집도 이 동네에 함께 있다.


서울 시민이 된 것은 좋았지만 서울의 집값을 볼 때면 언제나 자신감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렇지만 그런 서울에도 사회초년생이 조금 감당할만한 가격대의 집은 서울 한복판에도 어딘가에 존재하기는 한다.


아주 열심히 손품과 발품을 팔고, 집의 상태에 대해서 약간의 타협을 할 수 있다면 말이다. 이사를 수없이 다녀보았기에 이런 식으로 적당한 집을 찾아서 옮겨 다니는 일은 내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한 번의 탐사를 통해 어느 정도 지리를 파악할 수 있게 되었지만 보광동이나 한남동까지는 가보지 않아서 그쪽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한남동 쪽에 서울의 월세 평균 시세보다 저렴하고 보증금도 낮은 원룸 매물이 하나 있었다.


사진으로 보았을 때 그 집이 그렇게 좋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특이하게도 화장실은 보통의 집보다 좋아 보였다. 하지만 한 두 개의 단편적인 사진으로만 보아서는 구조가 가늠이 되지 않아 한 번 보러 가기로 했다.


매물을 올려놓은 집주인에게 연락을 해보니 언제 어느 때에 시간이 되니까 보러 오라고 하여 약속을 잡았다. 나는 어리다고 얕잡아 보일까 혹시 몰라 친구에게 집을 보러 갈 때 한 번 같이 가줄 수 있는지 부탁을 했다. 친구는 그런 나에게 흔쾌히 도와주겠다고 했다.


약속의 날이 다가왔고, 나는 강남의 회사에서 목적지까지 어떤 길로 가야 가장 빨리 갈 수 있는지를 찾아보았다. 직장인은 이사 가는 것도 힘들다. 휴가를 내지 않으면 저녁에만 시간이 나는데 강남의 퇴근길은 그야말로 전쟁터다.


나는 퇴근하자마자 약속 시간에 늦지 않으려고 사무실에서 바로 뛰쳐나와 쏜살같이 강남역에 있는 버스 정류장으로 달려가서 한남동으로 향하는 400번대 버스에 올라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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