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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niciel Apr 09. 2021

30. 갑자기 이사 확정

어딘가에 나의 자리는 있다

가게에서 친구와 치킨을 먹으면서 이태원에 올라와 있는 다른 월세 매물을 찾다가 그 순간 놀랍게도 보증금이 평균 시세보다 저렴하지만 꽤 괜찮아 보이는 매물을 하나 발견했다.


이태원동에 있는 집이었는데 같은 이태원이기는 하지만 걸어서 가기에는 멀긴 했다. 하지만 이왕 여기까지 온 김에 볼 수 있다면 한번 보러 가면 좋을 것 같았다.


공고를 본 시간이 이미 조금 늦은 저녁 시간이어서 연락을 해볼까 말까 고민을 하긴 했다. 전화를 해보았는데 다행히 중개사무실에서 전화를 받았다. 퇴근 시간이라고 하여 다음 날 아침에 바로 가보기로 약속을 잡았다.


다음 날이 주말이어서 친구와 얼마 간 시간을 더 보내다가 밤늦게 사당동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와서도 나는 계속 집에 대해 알아보았다. 이번에 보기로 한 집은 원룸이었지만 사진상으로 보았을 때 그래도 여태까지 조사하면서 보았던 것들보다 방이 그나마 깔끔하고 넓어 보였다.


프로 뚜벅이인 나는 집의 위치부터 파악했다. 주소를 확인해보니 일전에 혼자서 동네 탐험을 해본다고 돌아다녔던 앤틱가구거리에서 조금 안쪽으로 들어가면 있는 주택가였다.


무엇보다도 보증금이 저렴하다는 것이 나에게 가장 큰 장점이었다. 월세도 그 부근 평균 시세보다는 저렴한 편이긴 했는데 내 수준에서는 당장 매달 그만한 월세를 혼자 내는 것이 역시 부담스럽기는 했다. 하지만 열심히 계산기를 두드려보니 그만큼은 감당할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다음 날 아침, 나는 부지런하게 버스를 타고 잠수교를 건너 다시 이태원으로 향했다. 지하철을 타고 다닐 때는 잘 몰랐는데 강을 건널 때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꽤 멋졌다. 조금 더 달려서 앤틱가구거리 초입에 있는 정류장 앞에서 내렸다.


지도를 따라서 가보니 꽤 예쁜 집이 하나 있었고 미술학원이 있었다. 그리고 길 위에 현관이 그대로 노출되어 있는 단층 주택이 하나 있었는데 지도의 화살표는 그 집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 앞에서 도착하고 얼마 간 기다리자 중개사무실에서 사람이 왔다.


이 집은 지금 살고 있는 세입자가 갑자기 사정이 생겨서 계약 기간 전에 나가게 되어 급하게 다음 세입자를 구하느라 나온 급매물이었다.


사실 원룸이었으므로 그렇게 볼 것이 많지는 않았다. 문을 열고 나오는 방의 모습이 끝이었다. 물이 잘 나오는지, 화장실의 크기와 상태를 확인하고 햇볕은 얼마나 들어오는지 등을 물었다. 그럭저럭 괜찮았는데 현관문이 길 위에 바로 노출되어 있는 것이 조금 마음에 들지 않았다.


모든 조건을 맞출 수 있다면 좋겠지만 어떻게 항상 그럴 수 있겠는가. 아침부터 일찍 보러 온 내가 첫 방문자였고 내 뒤로 2명 정도 이 방을 보러 올 예정이었다.


이 집은 위치가 좋고 크게 나쁜 것이 없어 보이는 데다 보증금과 월세가 낮다는 사실에, 고민하면서 뜸 들이다가는 놓칠 것 같아 계약을 하시겠냐는 사무실 직원의 말에 그 자리에서 바로 계약을 하겠다고 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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