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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niciel Apr 08. 2021

29. 수상한 닭집

집 보러 왔다가 찾은 숨은 맛집

진정한 로컬들만 오갈 것 같은 가게 앞에서, 과연 우리가 들어가도 되는 것일지 나와 친구는 잠시 고민하였다. 압도적인 가게의 익스테리어에 용기가 살짝 부족했던 것이다. 그러다가 마침내 그 가게에 한 번 들어가 보기로 마음먹고는 문을 열었다. 


형광 노란색 시트지가 붙은 미닫이 문을 드르륵 열자 강아지 한 마리와 주인아주머니께서 우리를 맞이해주셨다. 단골손님들인지 가게의 한편에는 다른 손님들이 앉아서 식사를 하고 있었는데 뭔가 이 공간에 우리 둘만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었다.


가게는 눈에 띄는 외부와 같이 내부도 노란색으로 칠해져 있었다. 이곳은 치킨집이었는데 요즘 유행하는 화려한 시즈닝의 치킨이 아닌 옛날통닭집이었다. 


치킨집이야 길거리에 차고 넘치지만 동네에서 한 자리에 오래도록 장사를 하고 있는 옛날통닭식 치킨집은 드물다. 간판명부터 이미 정겨운 이 치킨집은 닭 한 마리 5천 원 두 마리 만원, 이렇게 매직펜으로 무심결에 적어낸 간단한 차림표를 걸어놓고 있었다. 


감자튀김이나 노가리와 같은 것들도 함께 팔고 있었는데 가격도 너무나 저렴해서 나와 친구는 벌써 기분이 좋았다. 둘이서 치킨 한 마리에 감자튀김을 함께 주문했다. 그리고 콜라 귀신인 고작 치킨 한 마리에 감자튀김을 하나 시키면서 콜라까지 1.25L를 추가했다. 


주인아주머니께서는 주문을 받자마자 바로 일어서서 닭을 튀기기 시작했다. 감자튀김도 그냥 감자를 그 자리에서 썰어서 닭을 튀기는 기름에 그대로 튀겼다.


나는 친구에게 방금 전에 혼자 보고 나온 집에 대한 이야기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얼마 간 기다리자 아주머니께서 방금 튀긴 닭을 바로 갖다 주셨는데 '5천 원에 이렇게 많이?'라고 생각할 만큼 감자튀김을 아주 수북하게 쌓아 주는 것이었다. 


오로지 훌륭한 감자튀김을 먹기 위해 술도 안 마시는데 술집에 갈 정도로 감자튀김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나는 그것에 너무나 감동하고 말았다. 비록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바삭바삭한 감자튀김은 아니었지만 다소 투박한 그 튀김 나름대로 맛있고 신선하게 느껴졌다. 


치킨도 생각보다 너무 맛있었다. 너무 과하지 않고 닭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옛날통닭. 숨은 맛집을 하나 찾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둘이서 맛있다는 말을 연발하며 그 많은 감자튀김과 함께 한참 동안 치킨을 먹었다. 그리고 이곳은 우리의 이태원 맛집 리스트에 추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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