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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niciel Apr 07. 2021

28. 전통과 현대의 공존

이것이 바로 우사단 감성

조금 싼 월세방을 알아보려고 왔다가 얼떨결에 집주인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돈을 아끼려고 이 집을 보러 왔다는 나의 말에 그분은 그냥 월세 조금 더 내고 용산구청 쪽이나 경리단길 쪽에 집을 알아보지 그러냐 하였다.


물론 나라고 왜 좋은 집을 원하지 않겠는가? 단지 지금 나의 상황이 그럴 뿐이다. 그곳에서 얼마 동안 시간을 보내고 나서 나는 집주인과 방을 나와서 아까 전에 내려왔던 경사진 계단을 함께 올라갔다.

 

책상 앞에 앉아 컴퓨터 모니터를 바라보며 일이나 할 줄 알았지 운동이라는 것을 안 한 지 너무 오래된 탓인가, 그 계단을 올라가는 것을 너무 힘들어하는 나의 모습에 둘 다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민망함을 감추고서 조금 생각해보고 연락드리겠다고 애써 에둘러 말하는 나의 모습에 그분은 이미 나의 대답을 아셨을까. 안녕히 가시라 인사하고 근처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던 친구를 만났다.


내가 방을 보러 들어가자 뒤따라온 친구가 마침 현장에 도착해서 연락을 했었는데, 그곳이 너무 협소해서 사람이 한 명 더 들어오기엔 무리일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친구에게 위에서 기다리는 것이 나을 것 같으니 계단을 내려오지 말고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했었다.


웬 여성분과 웃으면서 계단을 올라오는 내 모습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해하는 친구와 함께 저녁을 먹을만한 곳을 찾아 걷기 시작했다.


그 언덕 위에도 가게가 있었다. 보러 갔던 집 근처에 무려 뉴욕타임즈에 실린 작은 김밥 가게가 하나 있었고 간판이 없어서 어떤 곳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분위기가 너무 좋아 보였던 공간이 하나 있었다. 그리고 바로 옆에 옛날 시장에서 볼 법한 가게가 하나 있었다.


아주 현대적이고 감성적인 공간과 바로 이웃하고 있는 얼마나 나이 들었을지 알 수 없는 빨간 기왓장 지붕을 가진 작은 매장. 그 둘이 나란히 공존하고 있는 것 그 자체로 흥미로웠다.


그 지붕 아래로 형광 노란색 시트지가 창문과 매장 외벽에 빈틈없이 붙여져 있었고, 그 위에 궁서체와 굴림체와 손글씨체로 쓰여 있는 메뉴 이름과 함께 직관적으로 이것이 어떤 음식임을 친절하게 알려주는 사진이 대문짝만 하게 붙어 있었다.


그리고 언젠가 KBS의 '시장의 맛'이라는 프로그램에 소개된 적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노란 현수막까지. 완벽했다. 아마도 이곳은 '진짜' 일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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