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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niciel Apr 11. 2021

32. 정말 이태원으로

이제는 나도 드래곤마운틴 주민

이사를 수도 없이 다녔지만 공인중개사 사무실에 가서 앉아 정식으로 계약서를 써본 것은 처음이었다. 그래서 계약하겠다고 내지르긴 했지만 약간 긴장되기도 하였다.


너무 급하게 결정한 것은 아닐까 싶었지만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집은 거기서 거기였으므로 더 이상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아가씨예요"라는 사무실 직원의 말 한마디에 집주인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계약을 허락했다. 집을 깔끔하게 잘 써줄 것 같았나 보다. 계약서를 쓰면서 쓸 때 없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직원과 나누었다. 용산의 재개발에 대해서나 개인적인 이야기 등을 했다.


내가 월세 계약하게 된 집은 땅 값만 5억이 넘는다고 했다. 정말 그 정도 가격의 집으로 보이지는 않았는데... 나도 놀라고 계약서를 만들어 주시는 분도 놀라워했다. 이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울고 웃을까?


계약금 10%를 입금하고 잔금일을 정하고 계약서 작성을 마쳤다. 이사가 순식간에 결정되었고 그렇게 정말 이태원으로 가게 되었다. 돌아와서 룸메이트에게도 이야기를 했고 본격적으로 이사 갈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그간의 여러 이사경력으로 만들어진 노련한 솜씨로 박스 포장을 하고 물건을 하나둘씩 챙기고 버렸다.


나의 집 알아보기 여정에 함께 참여해주었던 친구도, 자신은 괜찮은 집을 찾으려고 거의 세 달은 돌아다녔는데 너는 어쩌면 그렇게 빨리 찾았냐고 축하해 주었다. 운이 정말 좋았다. 내가 필요할 때 마침 나의 상황에 맞으면서 그나마 살만한 컨디션의 급매물이 나와 주어서.


그로부터 2주 뒤에 나는 짐을 챙겨 강을 건넜다. 나의 짐은 간단했다. 박스 몇 개에 고양이 식구 한 마리가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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