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프랑스인가?
사당동에서 용산은 멀지 않았다. 용달 트럭으로 달려서 고작 20분에서 25분 남짓한 시간이 걸렸다. 이제 나의 새로운 집이 될 곳에 내려서 이삿짐을 옮기고 있었는데 이웃주민들이 한 두 명 와서 말을 걸었다. 이사 오는 거냐고.
말을 걸었던 분 중에 한 분은 이 근방에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분이었는데 부동산에 내놓을까 한다고 나에게 대뜸 이 집은 월세가 얼마나 해요? 하고 묻는 것이었다.
너무나 거리낌 없는 질문에 당황스러웠지만 이럭저럭 대답은 했는데, 질문의 내용보다도 나는 주민들이 말을 걸어온다는 그 자체가 신기했더란다. 이렇게 주변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라니.
짐을 얼추 내려놓고는 청소용품을 사러 근처를 돌아다녔는데 골목길에 개똥이 그렇게 많았다.
'뭐지, 여기는 프랑스인가?'
프랑스에서 유학을 하던 시절에 늘 보던 거리의 풍경이 떠올랐다. 프랑스에 도착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나는 길을 걸으면서 웬 길거리에 이렇게 진흙 덩어리가 많은가 했었다. 하지만 애초에 흙덩어리들이 대로변에 그냥 놓여 있을 리가 없었다.
사람들이 덩치가 커다란 개들을 데리고 산책을 다니면서 뒤처리를 제대로 안 하고 간 것이다. 물론 잘한 행동이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그곳에서는 그런 상황이 너무나 일반적이었다.
거리가 지저분해져도 그냥 두었다가 다음날 새벽에 일찍 청소부들이 깨끗하게 싹 치우고 물로 씻어내더라. 나중에는 나도 그러려니 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곳 주택거리도 그랬다. 내가 이태원의 한 골목에서 나도 모르게 그때 보았던 풍경을 떠올리고 있는 것이었다. 너무나도 외국 친화적인 환경이어서 이런 것까지 그런 것일까? 어이없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했다.
단지 이태원이 그곳과 달랐던 점은 화단이나 전봇대 등 곳곳에 개똥을 치우라는 볼썽사나운 팻말과 안내말들이 붙어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이 표현은 실제와 달리 대단히 완곡하게 바꾸어 쓴 표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