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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niciel Apr 15. 2021

35. 가벼운 마음으로

나는 어쩔 수 없는떠돌이인가 보다

새로운 동네로 집을 옮기자마자 나의 마음은 거짓말 같이 가벼워졌다. 내 마음을 짓누르던 무기력함과 답답함, 어딘가 모르게 솟구치는 짜증스러움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그리고 그런 감정들이 있던 자리에 산뜻함과 즐거움이 대신 채워졌다.


이렇게 어디론가 떠나면 마음이 편해지는 걸 보니 나는 더 이상 옮겨 다니고 싶지 않아 하면서도 어디론가 떠날 수밖에 없는 떠돌이인가 보다.  


출근길도 달라졌다. 그동안 항상 지하철을 타고 다녔는데 이제는 버스를 타고 다니게 되었다. 진정한 서울 사람 이라면 지하철이 아니라 버스를 타고 다닌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다. 지하철이 가장 빠른 이동수단이지만 때로는 육로를 통한 직선거리가 더 빠를 때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매일 아침저녁으로 버스를 타고 다니면서 진정한 서울 사람이 된 것 같았다. 매일 아침 앤틱가구거리를 걸어 나와 육교를 건너 버스를 타고 한강을 건넜다. 그리고 저녁에도 그 일을 반복했다.  


항상 지하로 다니면서 어둠 속에 콘크리트 벽이 움직이는 것만 보다가 아침저녁마다 반짝이는 강물을 보고 하늘을 보고 길거리를 구경하면서 다니게 되니 그것도 좋은 기분 전환이 되었다. 


아직은 나의 새로운 집이 낯설었지만 매일매일이 즐겁고 신나는 마음이었다. 그때 나의 선곡 리스트가 바뀌었다. 이사 직후부터 한동안은 Eluveitie의 Ategnatos 앨범을 들었다. 나는 기분에 따라서 서로 다른 장르의 음악을 듣는데, 이들이 작품 속에서 자주 다루는 맑고 통통 튀는 아이리쉬 휘슬 소리가 나의 들뜬 마음과 맞았다.


이 앨범의 여러 수록곡 중에서도 나는 Ambiramus라는 곡을 가장 많이 들었다. '여행'이라는 제목과 같이 이 곡의 멜로디는 나의 몸과 마음을 들썩이게 했다. 그 곡은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정말로 여행을 떠나는 느낌이었다.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전염병으로 인해서 당분간은 멀리 여행을 할 수 없겠지만 그 노래를 따라 부르며 나는 마음속으로 수없이 여행을 떠났다. 


Cicinxiet mon textā.

나의 여행은 계속된다.



https://youtu.be/FJCnjWgSV4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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