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niciel Apr 17. 2021

37. 추억

세상을 살아가는 힘

Y와 나는 서로의 집을 아지트 삼아 자주 오가며 하루는 Y의 집, 하루는 우리 집에서 만나고는 했다. 퇴근 후 저녁에 자주 식사를 같이 했다.


우리는 자주 공부도 같이 했는데, 우리 둘 다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욕심이 있었고, 높은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언제나 지금보다 발전하고자 무언가를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졸업은 했어도 여전히 학생 신분이다.  


스스로 자기 관리를 잘한다고 해도 회사를 다니면서 무언가를 지속하는 일은 쉽지 않았는데, 그래서 서로 목표하는 바를 응원하며 서로에게 더욱 힘이 되었던 것 같다. 덕분에 나도 나태해질 것 같을 때 스스로를 더 채찍질하고 목표를 위해 더욱 정진할 수 있는 원동력을 가질 수 있었다. 


우리는 때로 세상살이에 대한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서로 기쁜 일이나 슬픈 일이 있으면 축하하고 위로해주었다. 함께 유학했던 프랑스에서 있었던 일과 그곳에서 여행했던 일 등등을 추억하며 이야기보따리를 늘어놓기도 했다.


그곳에 다녀온 지가 벌써 4년 전의 일인데, 아직도 그때 이야기를 하면 즐겁고 다시 떠나고 싶어 진다. 당연히 그 뒤로 다시 프랑스에 간 적이 없으니 새로운 에피소드가 더 이상 업데이트되지 않아 우리가 하는 프랑스 이야기는 늘 비슷하지만, 매번 그 이야기를 할 때마다 똑같이 들뜨고 신난다. 아마도 우리 둘 다 아직도 그때의 기억과 추억 속에 머물며 사는 것 같다. 


정말로 그리운 것이 프랑스인지, 아니면 그때 그 시절의 나인지는 잘 모르겠다. 아마 반반일 것 같다. 힘들 때마다 그 시절을 돌아보면서 잠시 행복을 찾게 된다. 정작 그때에도 나름대로의 이유로 힘들었던 것은 똑같은데 말이다.


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손에 들고 가는 것은 오직 종이 한 장으로 된 학위증명서뿐, 남은 것이 없는 것 같다는 생각에 이 험난한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지 걱정이 되더라도. 


동기와 프랑스에서 함께 생활하며 이런저런 어려움을 헤쳐 나가도 보았고, 함께 여행하기도 하고, 파리에서 선배를 만나 시간을 보내기도, 동기와 모스크바의 밤거리를 거닐기도 하고, 기회만 되면 낮에 야외 테라스든 카페든 앉아서 맥주부터 시켜 마시기도, 서로의 기숙사에서 파티를 하기도 하는 등의 추억이 남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때면,


'그래. 인생이 뭐 그렇게 대단한 거라고. 추억이 남았으면 그 시절, 아마 잘 보낸 거겠지.'


스멀스멀 몰려드는 부정적인 생각을 뿌리치고, 추억이 남았으면 된 것이라는 선배와 주변 사람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마음속으로 되새긴다. 다시 돌아오지 않을 나의 가장 좋은 시절에 했던 여러 모험들 덕분에 그 시절을 즐겁게 추억하고, 이렇게 세상을 살아갈 힘을 얻었으니 된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36. 경리단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