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소포가 출발 했을 때부터 한국에 있는 나의 자취방으로 도착하기까지는 한 달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나는 판매자가 발송을 했을 때부터 애인을 기다리는 것 마냥으로 매일 La poste의 우편물 추적 사이트에 들어가서 하루에 한 번씩 소포가 어디까지 움직였는지를 확인했다.
내가 귀국한 지 좀 시간이 오래 지나서 프랑스의 일처리 솜씨에 대해 잠시 망각을 했었나 보다. 아무리 코로나 때문에 물류가 마비 상태라고 하지만 거의 3주 가까이 내 소포는 국경을 넘지도 않고 제자리에 가만히 있었다. 이건 좀 심하지 않나 싶어서 판매자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랬더니 안 그래도 La poste 쪽에 연락을 해보려고 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가 한번 문의를 해준 덕분일까 요지부동이던 소포가 그 다음부터는 슬슬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금세 한국까지 무사히 날아왔다. 역시 프랑스에서는 무슨 일이든지 한 번에 할 수는 없다. 일 하는 사람들을 계속 귀찮게 해야 한다.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받아본 택배 상자에 나는 감동했다. 혹여나 오랜 시간 동안 옮겨 다니는 과정에서 깨지지는 않았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도 망가진 흔적 없이 무사히 도착했다.
이 작은 티팟은 1970년대 프랑스에서 만들어진 티팟이다. 크기가 보통보다 더 작지만 혼자서 차를 마시기에는 충분한 크기였다.
이 티팟은 Pillivuyt 브랜드의 제품인데 이 브랜드는 레스토랑에 주로 납품을 하던 브랜드라고 한다. 그렇다면 아주 튼튼하겠다.2 stamp가 찍혀 있는, A급 상태의 물건은 아니지만 전혀 문제없었다. iron stone으로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무척 단단한 느낌이었다.
이 티팟이 프랑스의 플리마켓에서부터 나에게 오기 전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차를 내어주었을지, 그런 상상을 하면 재미있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