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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niciel May 06. 2021

50. 앤틱 경매 도전기

이 사람은 취미가 꽤 본격적

내 인생 최초의 빈티지를 프랑스에서부터 공수해오는 것에 성공한 나는, 그 다음에는 경매에 뛰어들게 되었다. 구글이 보여주는 신비한 알고리즘의 세계에서 유럽 소재의 경매 사이트를 하나 발견하게 된 나는 무언가에 홀린 듯이 사이트를 열어보게 되었는데, 그 사이트에서는 정말 놀라운 물건들이 24시간 내내 경매에 붙여지고 있었다.


무슨 박물관에서 볼 법한 유물 같은 물건들도 경매에 올라오고 있었다. 정말 그리스 로마시대에 만들어졌을 것으로 보이는 도자기 같은 물건이나 자연 박물관에 가면 있을 것 같은 화석 등등이 있었다. 유럽 사람들은 대체... 집 안에 뭘 가지고 있는 걸까?  


그중에는 당연히 빈티지와 앤틱 카테고리도 있었는데 워낙 대단해 보이는 물건들이 많아서 오히려 이쪽이 시시해 보일 정도였다. 나는 그릇을 구경하는 일이 재미있어서 밤새도록 이것저것 구경하다가 잠들고는 했는데 찻잔 세트 하나를 발견하고는 마음을 빼앗겨 버리고 말았다.


파란색의 화려하지만, 노골적으로 화려한 느낌은 아니고 어딘가 절제된 분위기의 패턴이 그려진 찻잔 세트였는데 일명 Empire style이라고 불리는 것들이었다.


시대별로 유행하는 스타일이 있다 보니 비슷한 연대에는 비슷한 스타일의 물건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이에 따라 무슨 무슨 스타일이라고 이름이 붙여진 듯하였다. 학부 때 전공 시간에 열심히 배웠던 예술사조를 떠올리면서 역시 쓸모없는 공부는 없구나 했다.


물건을 보다 보니 알고 보니 내 눈에 쏙 들어오는 물건들은 모조리 Empire stlye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라는 사람도 참 취향이 고리타분하다. 내 마음을 빼앗아버린 그 찻잔들은 Faïence de Creil-Montereau에서 만들어진 포슬린 찻잔이었고 만들어진 시기는 1800년에서 1815년 사이로 짐작되었다.


그러니까 50년도 아니고 100년은 훨씬 넘은 진짜 '앤틱'이었다. 만들어진지 200년이 넘은 것 치고는, 사용감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상태가 아주 깨끗하고 좋아 보였다. 이 포슬린 도자기의 일부는 Musée Gallé-Juille at Creil에 소장되어 있다고 소개말에 적혀 있었다. 내가 아직 프랑스에 있었더라면 직접 파리로 건너가서 박물관에 가봤을 텐데 그럴 수는 없으니 이 경매 플랫폼의 전문가 소견과 판매자의 말을 믿는 수밖에.


유럽 소재 경매 사이트라 거래되는 화폐가 유로여서 솔직히 한국인 입장에서는 가격이 아주 비쌌지만 나는 재미 삼아 설마 되겠나 싶은 생각으로 경매 입찰에 도전을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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