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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niciel May 09. 2021

52. 찻잔운송기

해외배송은 어려워

경매에서 낙찰 받은 물건을 안전하게 가져오기 위해서 나는 처음으로 배송대행지 서비스를 사용해보기로 했다. 애초에 한국으로 바로 배송이 가능했다면 굳이 알아볼 필요가 없었지만 그게 불가능하기도 했고 해외에서 처음으로 뭔가를 고가에 사본 것이라서 신경이 쓰였다. 확실한 수단이 필요했다.


유럽에 거점을 두고 사업하는 배송대행업체를 찾아보고 목록을 추린 다음에 후기를 보고 업체를 하나 골랐다. 내가 고른 업체는 독일에 물류센터가 있어서 네덜란드에서부터 우선 독일로 보내고 독일에서 다시 검수한 다음에 한국으로 배송을 하는 방식으로 운송을 진행하게 되었다. 독일에서 다시 보내는 과정에서 배송비가 조금 더 들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입찰할 때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는데 낙찰 뒤에 경매 플랫폼 이용 수수료를 추가로 지불해야 했다. 독일의 배송대행지 주소를 입력하자, 판매자는 아주 빠르게 배송을 시작했다. 지난 번에 프랑스 판매자로부터 1970년대 빈티지 티팟을 구매했을 때는 제일 저렴한 비용으로 소포를 받아서 배송 속도가 세월아 네월아였는데 이렇게 일 하는 유럽에서도 웃돈을 얼마 더 얹어주면 일을 빨리해주나 보다.  


물건도 물건이어서 특송으로, 보험까지 들어진 상태로 네덜란드에서부터 독일로 보내진 비싼 소포는 거의 하루 만에 국경을 넘어서 이틀 만에 독일의 물류센터로 도착했다. 물류센터에서 물건을 직접 확인하는 데까지는 시간이 조금 더 걸렸지만 코로나 시국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배송 속도였다.


포슬린 도자기라서 운반 과정에서 깨질까봐 제일 걱정되었는데 다행히 독일까지는 별 문제 없이 도착했다. 나는 여기에서 또 다시 보험을 들고 운임비를 포함해서 요금을 결제했다. 그리고 나서 내 200년 된 찻잔들은 비행기를 탔다.


그리고 공항에 도착하면 세관에서 물건의 취득 가격에 따라서 관세가 부과된다. 내가 산 금액 정도면 면제되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달러 기준으로 $200 미만이어야 관세가 면제되는 것이었고 나는 유로로 구매했기 때문에 최종 금액이 $200를 초과해버려서 관세를 내야 했다. 인생에서 처음으로 관세라는 것을 다 내보는 순간이었다.  


물건이 한국에 올 때까지 나는 또 매일 하루에 한 번씩 우편이 어디까지 왔는지 확인을 하고는 했는데 사실 배송을 신청하면 물건이야 알아서 오는 것이고 기다리는 일이 다지만 매 순간이 긴장되고 걱정되었다. 비행기를 타서 얼마 걸리지 않아 도착한 독일발 소포는 곧 나의 자취방 문 앞까지 도착하였다. 퇴근길에 박스를 발견하자마자 바로 집으로 가지고 들어와서 박스를 풀어 보았다.


배송비를 빵빵하게 신경 쓴 덕분인가 네덜란드에서부터 독일을 거쳐 한국까지 흠집 없이 나의 찻잔들이 무사히 도착했다. 전부 다친 곳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나는 비로소 마음을 놓았다.


옛날에는 도자기 무늬도 사람이 전부 다 손으로 직접 그렸기에 같은 찻잔 세트라 하더라도 무늬가 조금씩 다 다르다고 하던데 정말로 그랬다. 그래서 이 찻잔들은 모두 세상에 하나뿐인 찻잔들이다. 원래 4P 였는데 찻잔 받침을 하나 더 보내주었는지 찻잔 받침만 하나가 더 들어 있었다. 아마 제작 과정에서 그림을 조금 잘못 그려서 덜 예뻐 보이는 B급 제품을 추가로 넣어준 것 같다.


포슬린이라 컵의 두께가 무척 얇아서 혹여나 깨질까 봐 만지기가 무서웠다. 이런 나의 걱정과 다르게 포슬린은 원래 무척 튼튼하다고 한다. 그러니까 200년의 세월을 버티지 않았을까? 찻잔 받침도 요즘 것과는 다르게 움푹하게 늘어가 있고 높이가 약간 더 높았고 찻잔도 아주 작았다.


옛날에는 찻잔 받침에 뜨거운 홍차를 조금씩 따라서 마셨다고 하는데 그래서인 것 같다. 그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는 정말 충격적이었는데 사람들이 어떻게 생활했냐에 따라 물건이 다른 것을 보면 재미 있다. 이번에 경매해보면서 찻잔에도 종류가 다양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뭔가 내가 경험하는 시간대가 넓어진 느낌이다. 나의 첫 앤틱 소장품, 나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이 찻잔들을 앞으로 오래도록 잘 품고 가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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