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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niciel May 11. 2021

53. 물건 수집가

무엇이든 본격적

너 정말 대단하다,
취미로 무슨 해외 경매까지 하니?
그런 건 또 어디에서 찾았고


1970년대 빈티지 티팟, 200살 넘은 앤틱 찻잔 세트를 시작으로, 경매와 수입을 처음 해본 나는 곧 해외구매에 재미를 들였다. 내 눈을 사로잡고 가슴을 뛰게 하는 물건들이 바다 건너 유럽 땅에 잔뜩 있었다. 주변 사람들도 나의 이야기를 신기해했다. 직장동료 중에 한 명은 어떻게 경매까지 할 생각을 하냐고 물었다. 글쎄, 재미있으니까? 해보지 않은 무언가에 도전하는 것을 좋아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나는 처음에 이용했던 경매 사이트뿐만 아니라 다른 경매 사이트도 알아냈고 비록 현지에 있는 플리마켓에 직접 가지는 못하더라도 이런 방식으로 원하는 물건을 얼마든지 찾을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다. 나름대로 빈티지, 앤틱 물건을 볼 줄 아는 방법을 공부하기도 했고 그 외에도 뭔가 감성을 충전할 수 있는 소품이나 특이한 물건들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나는 이제껏 이런저런 공간에 많이 옮겨 다니면서 살다 보니 다양한 컨디션의 집들을 많이 만났다. 아직은 주거 난민의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는 처지라 내가 살았던 집들은 대부분 잠깐 머물렀다가 떠나는 용이기도 하였다. 간혹 오래된 집은 뭘 어떻게 해도 항상 좋지 않은 냄새가 나기도 했다. 


내가 향을 들이기 시작했던 것은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그다음부터 집 안에 항상 향을 들이기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실용적인 목적도 있었지만 점차 공간을 가장 쉽게 새롭게 만들 수 있는 이 향들을 좋아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디퓨저로 시작해서 캔들, 그리고 인센스 스틱까지 내가 즐기는 향의 범위가 점점 넓어졌다. 


한때는 향수 만들기 클래스를 들으면서 직접 향 원료를 가지고 스스로 향수를 만들어보기도 했고, 이런저런 향수를 맡아보며 웬만큼 대중적인 향은 종류를 구분할 줄도 알게 되었다. 이렇게 나는 모든 것에 참 열성적인 사람이다. 


한창 해외 쇼핑의 재미에 빠져있던 나의 눈에 프랑스제의 특이한 인센스 제품들이 포착되었다. 향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은 상세 페이지에 나와있었지만, 이번에도 호기심이 반짝반짝한 눈으로 이것을 살지 말지 고민하던 나는 결국 직접 피워보기 전에는 무슨 느낌인지 정확하게는 알 수 없다는 핑계를 둘러대며 몇 개 수입해보기도 했다. 


운이 없게도 주문을 하고 바로 다음 날부터 프랑스 전역에서 lock down이 내려져 받는 데에만 한 달이 걸렸던 나의 인센스들이었지만 이렇게 신경 써서 구매한 물건들을 하나씩 무사히 받을 때마다 참 신나고 기분이 좋았다.


지루했던 일상 속에 약간 활기가 생겼다고 할 수 있을까. 이 일이 그렇게 즐거운 이유가 단지 내 마음에 드는 물건을 사 오려고 돈을 왕창 써서인지, 나의 취미를 찾는 여행이라 그런 건지, 아니면 귀국하고 나서 별로 쓸 일이 없던 외국어를 쓸 협상 하는 데에 기회가 생겨서인지는 잘 모르겠다. 세 가지 모두 이유가 되는 것 같다. 


한 달 뒤, 바다 건너온 인센스 스틱을 하나씩 피워 보았다. 과연 프랑스적인 화려한 향이었다.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인도제 인센스와는 달리 섬세하고 감각적이었다. 인센스 스틱은 사용하기 시작한 지가 꽤 최근인데 자칫하다가는 집 안을 절간으로 만들어버릴 수가 있지만 잡내 없애는 데에 무척 탁월하고 연기가 피어나는 것을 보면 그게 묘하게 힐링되었다. 이렇게 나는 또 지름 목록을 업데이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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