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niciel May 11. 2021

54. 잠시 무역왕을 꿈꾸다

뭐든지 다 수입해버리겠다

너 그걸 부업으로 하면 어때?


내가 수입하는 일을 즐기기도 하고 외국어도 충분히 할 수 있으니 그걸 네 부업으로 삼으면 어떠냐는 이야기도 자주 들었는데 나는 그 말을 꽤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그런 모습을 상상했다. 내 취향대로 골라서 해외에서부터 모셔온 빈티지, 앤틱 물건들로 가득 찬 나의 개인샵에 사람들이 방문한다. 빈티지샵의 주인이 된 나는 아마도 아끼는 소장품을 손님에게 주기 싫어서 끝까지 고민하다가 겨우 하나씩 내어줄 것이다.


멋지게 꾸민 공간에서 낮에는 내가 좋아하는 차나 디저트를 손님에게 내어주고, 저녁에는 와인이나 티 칵테일을 내어준다면 어떨까? 상상만 해도 흐뭇했다. 물론 낮에 마시는 술은 제가 제일 좋아하는 것이니 원하는 사람이 있다면 낮에도 맥주를 내어주리다. 언젠가 현실로 이루어낼 나의 공간을 꿈꾸어 본다. 앤틱가구거리 근처에서 살게 되어서인가 나도 모르게 그런 꿈을 가지게 되었다. 시간과 추억을 파는 빈티지샵. 가게를 차린다면 문고리로 어떤 것을 쓸 것인지까지 벌써 생각해두었다.


꿈꾸는 것도 잠시, 현실적으로 이런 일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통관에 대해서부터 알아보기 시작했다. 개인 사용 목적으로 해외에서 수입을 할 때에는 그렇게 큰 제한이 없지만 만약에 조금 다른 목적으로 물건을 들여오게 된다면 품목마다 통관 절차를 거치면서 추가로 인증을 받아야 하는 것들도 있었고 꽤 복잡했다. 그러면서 어떤 법을 지켜야 하는지 등등을 하나하나 알아가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우리 주변에서 조금 노력하면 그다지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는 수입품들이 얼마나 많은 법과 규제를 통과하면서 생활 속에 들어오게 되는지를 알게 되었다. 의외로 별 것 아닌 것 같은데 들여오기가 몹시 까다로운 물건도 있었고 반대로 어려워 보이는데 쉬운 물건도 있었다.


나는 자취방 안의 인테리어를 조금씩 신경 쓰기 시작하면서 작은 그릇이나 찻잔 같은 것 외에 가구에도 관심이 무척 많아졌다. 그래서 빈티지 가구도 틈이 날 때마다 한참 동안 구경을 하고는 했었다. 가구는 부피가 커서 운반해오는 일이 대단히 곤란해지지만 그런 어려움을 제외하고는 의외로 다른 물건들에 비해서 법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내 눈에는 1970~80년대 즈음에 북유럽에서 만들어진 나무 가구들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가끔가다가 내 눈에 쏙 들어왔던 것들은 거의 덴마크제 빈티지 가구였던 것 같다. 단순한 모양새지만 요즘 시대에도 굉장히 스타일리시해 보이고 멋졌다. 테이블이나 서랍장... 무언가를 소유하고자 한다면 그 마음을 끝이 없는 것 같다.


그리고 또 하나 가지고 오고 싶었던 것은 3단 트롤리였는데 트롤리는 요즘 유행하는 인테리어 가구라서 그런지 국내에도 돌아다녀보면 흔하고 많이 팔고 있지만 그때 그 시절 감성, 그 트롤리를 너무 들여오고 싶었다. 흔한 물건은 참 흔하고 찾기 쉬웠는데 독특하고 예쁜 물건을 찾아내는 일도 쉽지는 않았다.


물건은 그냥 사버리면 어떻게든 가져올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이런 가구는 보관을 할 공간이 필수였다. 하지만 덮어놓고 이걸 다 사다가는 자취방에 내가 누울 자리가 없어질 것이다. 진지하게 토지 가격이 저렴한 지방에 창고를 만들까도 생각했었다. 그렇지만 본격적으로 가구를 경매로 가져오기 위해 창고까지 차릴 여력은 아직 안되어서 아쉽게도 무역왕이 되는 것은 다음 기회를 노리며 마음속에 담아 두었다. 언젠가는 무역왕이 되겠어!


매거진의 이전글 53. 물건 수집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