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 바선생 소동
이태원의 바선생은 진.짜.다
방 안을 어떻게 꾸며야 더 행복해질 수 있을지 고민을 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기가 무섭게,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알려주러 친히 방 안에 출몰한 바선생의 습격에 나는 그만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말았다.
평화로운 주말 어느 날, 갑자기 천장의 어디에선가 나타난 까맣고 커다란 바선생. 일생동안 이런 것을 본 적은 처음이었다. 지난 자취방에서 의도치 않게 바선생 감별 전문가가 되어버린 내가 보기에, 이것은 분명 집 안에서 서식하는 독일바선생이 아니었다. 너무나도 끔찍하고 비참한 기분이었다.
이 정도의 크기라면 추측컨대 밖에서 사는 것들일 것이다. 차라리 집 안에 서식하는 종류가 아니라서 다행일까? 하지만 집 안에서 사는 것들이 아닌데 이미 집 안에서 자리 잡고 산다면 더욱 심각한 문제다. 이 가설이 사실로 판정된다면 그 날로 바로 짐을 싸서 뒤돌아보지도 않고 나가는 편이 정신건강에 좋을 것이다.
저걸 어떻게 없앨까 초긴장 상태로 머리를 바쁘게 굴리는 나와 그런 내가 어리둥절한 나의 고양이. 그러다가 바선생과 그만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기분이 나빴다. 내 눈치를 보는 그를 보았을 때 그도 사실은 그럴 생각이 아니었는데 돌아다니다가 실수로 밖에 나와 버려서 '아, 이런... 여기가 아닌데' 하고 곤란해하는 눈치였다. 그래서 더 기분이 나빴다. 어쨌든 한번 내 눈에 뜨인 이상, 끝까지 쫓아가서 확인 사살을 하거나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나는 바선생과 몇 시간 동안 대치상태에 있었다. 이걸 없애지 못하면 이 집에서 절대 잠을 잘 수 없다는 생존의 각오로 나는 그와 싸워서 어떻게 이기기는 했다. 하지만 불안했다. 한 번씩 가다가 밤에 잘 때 어디선가 부스럭 거리는.. 그런 비슷한 소리가 나서 대체 무슨 소리일까 의문이었는데 그 소리의 원인이 바로 이들이었던 것 같다. 정말 너무 소름이 끼쳤다.
그때부터 인테리어는 올스탑. 그날부터 나는 매일매일 집에 들어갈 때마다 언제 어디에서 나올지 모르는 바선생의 존재에 집에 있는 시간 내내 스릴을 느끼면서 살았다. 사당동에서 이사 온 지 두 달이 채 안되었을 때였다. 나는 집에서 음식을 해 먹는 편도 아니었고 뭔가 벌레를 유발할만한 것들은 특별히 없었는데 집이 노후되었는데 건물관리를 특별히 하지 않고 있었다는 것이 치명적인 단점이었던 것 같다.
나는 웬만하면 놀라도 속으로만 놀라고 소리를 낸다거나, 호들갑을 떠는 일은 잘 없는 사람이다. 그런데 이태원에서 맞닥뜨린 바선생은 나도 모르게 큰 소리를 내게 만드는 엄청난 크기와 비주얼을 가진 강적이었다. 심지어 날기도 해서 나는 이 비행바들이 나올 때마다 속으로 울었다.
바선생을 처음 본 날에는 Y의 집에 가서 하루 자고 오기도 했다. 다만 이런 비행바들이 출몰할 때마다 우리집 고양이는 전에 보지 못했던 속도와 빈틈없는 행동으로 나를 대신해서 이 끔찍한 비행바들을 대신 때려잡아주었다. 귀엽지만 역시 사냥꾼 본성을 속일 수는 없나 보다. 나의 고양이가 도와주지 않았다면 나는 이 난관을 헤쳐나가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고양이가 사냥에 성공할 때마다 나의 영웅의 발바닥을 닦아주고 맛있는 간식을 주는 것으로 작은 명장을 대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