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치 <물밑> 후기
컨셉의 실험, 소리의 실험 #이날치
클럽 공연은 여태 못가보고 엘지아트센터 공연만 두 번째. 이번 신곡은 완전히 새롭게 창작한 이야기에 이날치 스타일이 듬뿍 얹어졌다. 얼터너티브 팝이라는 컨셉의 실험, 판소리의 특징이 살아있는 소리의 실험이 계속 이어진다고 느꼈다.
이날치 밴드는 국악 딱지를 어떻게든 떼고 싶은 것 같지만, 이들의 음악은 매우 판소리적이다. 이야기 하나에서 출발해 특별한 세트나 장치 없이 그 이야기 속에 들어와 있는 것처럼 느끼게 만드는 이야기꾼의 힘. 말장난과 말장난 같은 소리들. 이런 시도가 계속 이어져야 판소리라는 장르, 국악이라는 장르가 더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제일 좋았던 건 단연 조명으로만 끝낸 무대 연출. 무대 세트랄 것이 없던 단출한 무대를 빛이 가득 채우며 ‘아무것도 없음’을 ‘매우 가득 차 있음’으로 바꾸는 순간들이 경이로웠다. 가사에 딱 맞게 조명이 바뀌는 모습에 여러 번 감탄.
가사 중에 ‘빙글빙글 돌아가는’이라는 구절이 있었는데, 무대 양 옆의 조명이 번갈아가며 꺼지고 켜질 때마다 무대 한가운데에 앉은 밴드 셋이 정말로 빙글빙글 도는 것처럼 느껴졌다. 천장 조명이 밴드 구성원을 번갈아가며 비출 때에는 디지털 세상의 온오프처럼 사람이 뿅뿅 사라졌다가 나타나기를 반복했다.
인지적으로 시각 효과를 잘 이해하는 사람이 디자인했을 거라고 추측했다 (갑자기 <시각 심리학> 생각났고). 무빙 라이트에 포그를 섞어 물 밑에 있는 것 같은 연출도 몰입을 도왔다 (공연 제목이 ‘물밑’이었다). 또 한 번 꼭 보고 싶다.
듣기도 좋고 흥도 넘치는데 가만 앉아서 듣자니 좀이 쑤시더라. 내 주변에 앉은 사람들 다 목석같이 앉아있어서 나만 들썩거렸던 것 같기도 하고. 일어나서 춤추며 듣고 싶어서 혼났던 공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