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크닉 <국내여행> 전시 후기
피크닉의 새 전시 주제는 국내여행. ‘여행 갔다 와서 좋았어’라고 말할 때 ‘좋았어’에 해당하는 다양한 감상을 만날 수 있다. 여행에서 느낄 수 있는 감각들, 사색을 통해 건져 올린 생각, 도시가 간직한 이야기, 다른 세대의 여행법과 그 시절 풍경까지 두루두루.
특히 이번 전시는 글이 참 마음에 들었다. 사실 전시장에서 술술 읽히는 안내문을 만나는 일은 서울에서 오로라를 볼 확률만큼, 아예 없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서 더 놀랍고 반가웠다. 다음 캡션은 뭐라고 쓰여있을까, 다음 여행지는 어떻게 소개되었을까 궁금해지는 글이었다. 잘 쓰인 글 덕분에 전체적으로 책을 전시장에 옮겨놓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인문학적으로도 뜯어보고 이야기 나눌 만한 포인트가 많아서 나한테는 아주 매력적인 전시였다.
2층에 올라서서 바로 마주하는 강요배의 그림이 아직까지도 생각난다. 마주하자마자 철렁, 하고 쿵, 했던 감각. 바람의 모양인 듯 들판의 모습인 듯, 흐르는 느낌이 위로처럼 성큼 다가왔다. 전시 처돌이지만 늘 이런 감각을 느끼진 않아서 참 귀했던 순간.
전시를 준비하며 음식 이야기가 빠져 몹시 아쉬웠다는 대표님 이야기에 그러고 보니 음식이 덜 다뤄졌네,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큰 아쉬움 없이, 오히려 더 다른 이야기를 마주하고 접해볼 수 있어서 좋았다. 반가운 여행지도, 궁금해지는 여행지도 있어 훌쩍 떠나고 싶어졌던 전시.
피크닉 @pikni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