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보니 알차다 알차!
나름대로 상반기 회고를 해봤다.
'올해의 한숨왕' 코로나19 때문에 시간이 가는지 안 가는지 모르게 싱숭생숭했다. '코로나 때문에'를 입에 달고 살았더니 상반기가 끝나버린 느낌. 그래도, 이 혼란 속에서도 나름 잘 지냈던 것 같기도 하다.
킁킁콘서트
텍스트클럽
홈페이지 리뉴얼
공사(코워킹 스페이스 종료 후 3, 4층 변경, 화장실 리모델링, 조경)
그 밖의 끝없는 커뮤니케이션
헤이조이스
빌라선샤인 시즌4 (+ 휴식 박사과정)
오늘부터 팀장1일차 스터디
우리 회사는 오프라인 공간을 갖고 있어서, 공간 기반 콘텐츠를 만드는 나도 일을 거의 못했다. 심심하기까지 했던 적도 있는데, 시간을 들여 일을 하나하나 적어보니 콘텐츠 기획/운영 빼고는 굉장히 많은 일을 했더라. 홈페이지 작업을 6개월 넘게 하게 될 줄은 몰랐던 것처럼.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많은 것들이 온라인으로 넘어갔다. 이 와중에 나는 현장감 못 잃어서 오프라인 프로그램 계속 만드는 중. 하반기 중으로 온라인 환경이 세팅되면 테스트 좀 많이 해둬야겠다.
어쨌든 텍스트클럽 런칭했던 것이 가장 뿌듯하고 가장 잘한 일로 여겨진다. 마음속에서 오래 굴려왔던 것이 현실의 프로그램으로 구현되었고, 파트너사와 함께 기획하고 협업하는 감각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나 다른 프로그램과 달리 정기 행사이기 때문에 긴 호흡으로 먼 곳을 바라볼 수 있는 감각을 기를 수 있다(현재 진행형). 여태까지 만들었던 단발성 행사와 달라 조금 어렵기도 하지만 (한 달이 너무 빠르다), 또 한편으로는 그동안 알지 못했던 재미를 알게 되었다.
끝없는 공사와 끝없는 커뮤니케이션도 무한 루프.
중간 다리 역할을 하는 업무가 많아지면서, 균형을 잡는 일에 관해 많이 생각한다. 그래서 빌라선샤인과 오팀 스터디에 들어갔던 것이기도.
독립
일로 만난 또래 여성들과 친구가 되는 경험
독립의 경험은, 생각보다 담담하다. 마치 n년간 혼자 산 사람처럼 특별히 좋지도, 싫지도 않은 평온한 상태다. 일상에 큰 변화가 있다면 출퇴근 시간이 1/3로 줄었다는 것, 내 손으로 밥을 지어먹는다는 것, 갑자기 지출하게 된 월세와 관리비 정도. 좋아하는 것들과 사랑이 담긴 선물 사이에 누워 편안한 마음으로 잠들 때 행복하다.
4-6월 사이에는 일로 만난 또래 여성들 중 몇몇이 일의 영역에서 친구의 영역으로 넘어왔다. 굉장했다. 이토록 명확하고, 강렬한 친구 러시라니. 기쁘고 즐거웠다.
사실 사람을 한번 사귀면 깊이, 오래 사귀기 때문에 '친구'라고 얘기할 수 있을 만한 사람을 까다롭게 보는 편이다. (내가 TMI형 사람이라서 구구절절, 마음을 다 보여준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간혹 있던데, 전혀 아님.)
이 시기에 업무 미팅 대신 개인적으로 만나 일 얘기, 마음 얘기를 나눴던 분들과 굉장히 가깝게 느껴졌다. 일로 만났으니 서로 사정도 다 알고, 고충도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되어 너무 편안했다.
올해 마음친구를 그만두면서 무척 아쉽기도 했지만 상대적으로 시간이 많이 생겨 좋기도 했다. 그런데 블루밍살롱도, 스터디가 아닌 대외활동도 안 하고, 일 외에서 내 능력을 펼칠 수 있는 장이 없어 갈증이 있다.
하반기에는 예전에 했던 편지 쓰기나 인터뷰 같은 작은 프로젝트라도 해야겠다고 다짐. 작게, 지치지 않게 시도해보기로.
마음 보는 작업이 비로소 생활로 들어왔다. 휴식 박사과정이라는 귀여운 모임과 멍상, 이 두 가지 활동을 함께 했던 것이 큰 힘이 되었다. 나에 대해서 다시 한번 짚어볼 수 있었고, '어떤 마음으로 살아보겠다'는 다짐도 할 수 있었다.
하반기에는 예민한 나를 긍정하기, 흔들림을 수용하고 단단해지기, 나를 누구보다도 무엇보다도 소중하게 여기기를 지표로 삼았다.
사랑을 너무 너무 너무 많이 받았던 상반기. 약간 충격적일 정도로 많이 받았다. 선물도 과분할 정도로 많이 받았고, 올려두는 글이며 사진에 관심과 애정을 더해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받은 만큼, 혹은 그보다 더 많은 사랑을 나누어야겠다고 단단한 다짐과 결심을. 나를 사랑으로 키워주고 살려주는 모든 마음에 깊은 감사와 사랑을 보낸다.
사랑의 마음 덕분에 확실해졌다. 나는 사랑하려고 사람. 언젠가 관계를 '깊은 유대감을, 연결을, 지지를, 영감을 주고 얻고 나눌 수 있는 것'이라고 쓴 적이 있는데, 관계 속에서 사랑이 드나들 때 기분이 너무 좋다. 좋다는 표현 말고 또 뭐가 있을까. 흐뭇, 뿌듯, 감동, 행복, 즐거움, 기쁨, 신남 같은 것들.
사랑이 드나드는 순간과 그 사랑을 서로 흡수하는 순간을 목격할 때 약간 황홀하기도 하다. 이렇게 예쁜 마음들이 있어서 아직 세상이 망하지 않고 버티고 있는 게 확실하다.
예전에는 사랑이 아주 명확해야 알아차렸고, 애인과의 관계가 먼저 떠올랐다. 그래서 친구나 동료, 가족같이 다양한 관계에서 '사랑'이라는 말을 쓰는 게 너무 어색하고 와 닿지도 않았다. 그런데 요즘은 사랑이라는 단어가 아니고서는 표현할 길이 없다고 느낀다. 휴식의 의미가 확장된 것처럼 사랑의 의미도 확장된 것 같다.
물질적인 선물, 명시적인 표현이 아니어도 나에게 오는 관심, 사소한 문자, 말 한마디에도 걱정과 애정이 있다면 그게 다 사랑이지 뭐겠어, 하는 심정이다. 작은 표현도 사랑이라고 생각하니 사랑이 더 잘 보이고, 더 잘 받을 수 있게 되고, 나도 더 잘 줄 수 있게 되었다.
원래 오지라퍼라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무엇에는 사랑을 많이 주는데, 요즘에는 그걸 좀 더 확실하게 하고 있다고 느낀다. 아직 부족하고, 마음만큼 표현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지만, 그건 계속 들여다보고 있으니 나아지리라 믿는다. 지나쳐도 되는 인스타 스토리에 괜히 하트 날리고, 댓글 남기고, 문자하고, 먼저 만나자고 하면 제가 사랑하는 줄 아시면 됩니다.
취미가 387개쯤 되는 나는 계속 새로운 취미를 수집하는 취미개발병이 있다.
올해는 현대무용, 타로를 새로 시작했다. 현대무용은 6개월 차. 맨날 머리만 쓰니까 주 1회 1시간이라도 아예 몸만 쓰는 활동이 꼭 필요하고, 그렇게 환기한 것이 다시 생활에 도움이 된다. 아주 바람직한 선순환.
대충유원지
청운광산(팝업)
아케이드서울
노이에아트멍
앵글340
공간 다니기, 미식 경험하기도 여전하고 꾸준하다. 요즘은 코로나로 열지 않는 공간이 많아 카페 위주로 다닌다. 그리고 다니면서도 약간의 죄책감과 불안을 지니게 된다.
두두
소금집
돈불리제담
카츠바이콘반
젤라또: 카페 무던, 당도, ndd
역시 코로나로 약속을 많이 잡지 않았고, 뭔가 기념할 만한 일이 크게 없어 오마카세도 아직 못 먹었다. 아쉽다.
ECM 전 (현대카드 스토리지)
명상 전 (피크닉)
이날치 <수궁가> (LG아트센터)
성립 개인전 <흩어진 파편들> (라이즈호텔)
라이브 예술: 예술의전당, 도이치 그라모폰, 국립현대무용단, LG아트센터
예술에 발 한쪽 걸쳐두는 것도 계속. 너무 많은 전시와 공연이 취소되고, 미술관/공연장 가기가 겁이 나기도 하지만 (내가 옮아서 누구한테 옮길까 봐), 막상 가면 또 너무 흥분된다. 코로나 덕을 본 게 딱 한 가지 있는데 온라인 라이브로 좋은 공연들을 볼 수 있었던 것.
상반기 연애 사업: 안타깝기 짝이 없다.
상반기 텅장: 피부과와 마스크
상반기 여행: 고창(2월), 호캉스(5월)
하반기, 혹은 내년 중에는 홍진아 님처럼 N잡 실험도 해보고 싶다. 그리고 내가 강점을 가지고 있는 영역의 일도 조금 더 발전시켜보고 싶다: 1) 커뮤니티 빌딩 (브랜딩 관점에서 필요한 커뮤니티 빌딩), 2) 정의되지 않은 영역이나 시작 단계에 있는 조직에서 시스템을 만드는 것 (매뉴얼 쓰기나 업무 프로세스 잡기 등; PM의 일과도 닿아있다고 생각됨).
한편으로는 10인 이상의 조직이거나,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는 2+인 팀이 세팅된 환경에서 컨트롤타워/중간 다리 역할을 일을 해보고 싶다. 팀의 협업을 경험하는 것이 포인트.
몸 아프지 않게, 마음 많이 상하지 않게 보존하는 것도 목표라면 목표. 위에서 썼던 것처럼, 사이드 프로젝트도 작게 시작해보고, 예민한 나를 긍정해주고, 사랑의 하반기를 만들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