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의 주문> 독후감
#오늘부터_팀장1일차 스터디에서 발제 맡았던 책.
연령대, 조직에서의 위치, 커리어 연차 등에 따라 달리 읽힐 수 있는 책인 것 같다. 함께 스터디하는 멤버 모두 상황이 제각각이라, 이야기를 나눌 때 다양한 관점이 오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역시나 그랬다.
내가 얼마나 안전한(?) 세계에서 화초 같이(?) 살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책이었다 (나는 주로 여돕여 환경에서 여자들과 일한다). 한편 일이 곧 나이고 내가 곧 일인 상태가 자주 찾아와 공허함도, 탈진감도 쉽게 느끼는 편인데, 일과 나를 동일시하지 않게 다양한 장치를 생활에 심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책을 읽기 전에는 무척 기대했었는데, 읽어나갈수록 '왜 이렇게 표현했을까?' 하는 지점이 있었다. 당연히 책의 전체적인 방향과 논지는 정말 공감하고 동의하지만, 저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나 생각에 대해서는 불편한 부분이 있었다. 책이 아니라 온라인에서 만나는 아티클이었다면 조금 더 공감했을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하소연에 대한 글에서, 결국 해결되지 않을 거라고 단정하는 사람에게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인데, '이 사람은 ㅇㅇ해'라고 단정해버리는 것 같았다. 그 사람은 다 말해놓고 어쩐지 머쓱했을 수도 있고, 정말 해결이 어렵다고 믿을 수밖에 없는 다른 사정이 있을 텐데, 그런 가능성을 배제하는 것처럼 보였다.
어쩌면 책을 읽는 동안 생활에 있었던 어떤 사건 때문에 내 마음이 부정당하는 것처럼 느껴졌던 것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모든 사람이 다른 사람의 사정과 마음까지 헤아릴 수도 없고, 매사를 그렇게 대할 수도 없지만, 책처럼 물성이 있고 수정이 어려운 것에는 조금 더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저자가 계속해서 에너지의 선택과 집중을 이야기하는 입장이니 좀 더 단호하게 썼을 것 같다. 정말 정말 대화를 어렵게 하는 빌런이었을 수도 있고.)
첫 주 토론에서 '나대기'에 대해 이야기하고 공감했던 것이 인상적이었다. 둘째 주 토론은 개인적 차원의 이야기에서 관계로, 세상으로 확장하는 질문을 뽑았다. '느슨한 연결'과 기울어진 운동장에 대하여, 그리고 내 주변의 여성과 다음 세대의 여성들과 더 오래, 더 잘 지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하여.
책에서 '보통의 퍼포먼스를 내는 여성 다수가 지금보다 더 오래 일하며 더 높이까지 오르는 모습을 봤으면 좋겠다'는 문장에 공감했고, '나대라'는 이야기도 좋았던 참이었다. 발제 마지막 질문으로 올리면서 마음 놓고 자랑해보자고 했는데, 많이들 공감해주셨다. 아이를 키우는 분들은 내 아이를 위해서라도 일을 놓거나 혹은 빻은 소리에 눈감지 않기로 다짐하셨다. 이것도 인상적인 포인트.
우리는 우아하게 자랑하는 법과 지나치게 검열하지 않는 법을 함께 고민했다. 쿠션어에 대한 감각도 나누었다. 다소 뻔뻔하게 느껴질지라도 나와 내 일을 더 많이 얘기하고, 운동장을 바로잡기 위한 작은 노력을 이어가자고 말했다. 그리고 지치지 않기로 했다. 느슨하지만 끈끈한 연대를 위하여.
(+ 발제한 지 벌써 한 달쯤 되어 많이 늦은 독후감. 요즘 정신이 피로한 이슈가 많아 이 책이 다시 생각났다. 그때 함께 나누었던 이야기를 그래도 남겨두고 싶어서 업로드. 지치지 않기로 해요, 정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