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의 팀장들 Radical Candor> 독후감
매주 토요일 오전, 중간 관리자가 모여 이야기하는 온라인 스터디에 참여한다.
대학원처럼 애매한 조직이 아니라 '회사'에 소속되어 일한 지 5년째. 고용 형태에 따라 연차를 다르게 센다고 해도, 이제 다른 단계에 진입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토요일 오전을 잠 대신 토론으로 보내고 나면 세상에서 제일 부지런한 사람이 된 것 같아 마음이 한껏 뿌듯해진다.
책을 읽으면서 직원의 입장에서, 또 관리자의 입장에서 여러 관점을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이 재미있었다. 그리고 상사-직원 관계가 아닌 다른 인간관계에서도 '완전한 솔직함'의 태도와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적용해볼 수 있을 것 같아 나중에 써먹어보려고 한다.
나는 슈퍼스타형의 사람이구나, 라는 감각을 다시 한번 얻게 되었다. 우리 조직에 이런 타입이 있어서 일이 빠르게 굴러가고, 비교적 빨리 시스템을 만들고 안정화할 수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그 특성 때문에 쉽게 답답해하고 무력해져서 자주 툴툴거렸던 것이 다른 동료들에게 피해를 줬을 수도 있었겠다고 생각했다.
솔직하게 대하지 못해 직원을 떠나보냈던 에피소드를 읽으면서는 비슷한 경험이 떠올랐다. 내 일을 나누거나 가르쳐야 했던 사람을 받았을 때, 솔직하고 정확하게 피드백하기보다는 '그냥 내가 하지 뭐'하고 뒷수습하기를 선택했다. 일이 곱절로 늘어나면서 미운 마음도 점점 커져 어쩔 줄 몰랐었는데, '그러지 말고 그냥 얘기를 해볼걸' 하는 마음이 들어 책 읽는 내내 미안했다.
가장 좋았던 구절은 53쪽, "인간관계에서 최고 원칙은 매일 사소한 문제 세 가지를 입 밖으로 꺼내지 말고 묻어두는 것이다."였다. 요즘 스스로 너무 많은 말을 (안 해도 될 말까지) 내뱉고 있다고 생각하던 참이라 더 와 닿았다. 그렇지만 아직도 어떤 말을 하고, 어떤 말을 하지 말아야 할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리고 '개인화'하지 않는다는 대목을 읽을 때에는 정혜신 박사의 <당신이 옳다>가 떠올랐다. 이 책은 '제대로' 공감하려면 함부로 '충조평판 (충고, 조언, 평가, 판단)'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기본이고 전부다. <실리콘밸리의 팀장들>에서 저자가 제안하는 말하기 방법도 그 사람의 '개인적인' 특성에 대해 충조평판하지 않고, 사실 그대로를 이유와 함께 정확히 알려야 한다는 점에서 연결되는 내용이라고 생각했다.
나의 의견을 관철시키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정한 바로 그 길로 잘 나아가고 있는지 객관적으로 살펴주는 것이 '완전한 솔직함'에 가장 필요한 개념일 것 같다. 사실 모든 관계가 그렇지 않나. 상대를 존중하고, 말을 '잘' 들어주고, 상대의 행복을 위해 응원과 지지를 보내는 것. '좋은 팀장' 보다는 '좋은 사람'이 되려는 마음을 가져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책을 읽고 스터디원들과 현재 나의 상황에 맞게 목표를 정하기로 했다. 나는 다음과 같이 설정했다.
1. 우리 팀의 현재 상태
도움을 구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이상하지 않은 조직. 그러나 조언은 드물다 (이때 조언은 책에서 말하는 칭찬과 지적이 모두 포함된 것임).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칭찬은 비교적 자주 하는데, 지적은 거의 없는 조직인 것 같다. 필요할 때에는 즉각적으로 지적하는 편. 개인적으로는 공사를 떠나 고민되는 점에 대해 대표님께 말씀드리고 조언과 도움을 구할 수 있는 정도라고 생각한다.
조직이 작고, 대표님을 만날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어 주로 텍스트로 커뮤니케이션한다. 그래서 더욱 '오버 커뮤니케이션'하며 구성원들이 정보를 거의 같은 수준으로 알 수 있게끔 신경 쓰고 있다. 이슈가 있으면 그때그때 슬랙에서 다루고, 주간회의에서도 한번 더 이야기 나눈다.
(+ 토론 시간에 이야기하다가 오버 커뮤니케이션이 어렵지 않은 이유를 알게 되었다. 일이 아니어도 좋은 것을 보거나 유용한 정보를 알게 되면 주변에 적극적으로 알리는 편이라, 나의 타고난 성향이 오버 커뮤니케이션에 적합한 것 같다.)
2. 우리 팀에 적용할 것과 계획
(우선 우리 팀은 너무 작으니까 내 역할로 한정) 현재 상황에서 내 역할은 사람을 관리하기보다는 커뮤니케이션이나 프로젝트를 관리하는 것이다. 작년 하반기부터 커뮤니케이션 통로가 되는 일이 많아졌고, 나 개인의 필터를 씌우지 않고 양쪽의 말을 그대로 전하거나, 커뮤니케이션에 병목현상이 생기지 않도록 신경 쓰는 등 중간 다리로서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그래서 팀 차원보다 더 작게 나 스스로에 대한 내용부터 짚어보려고 한다.
1) 주변 환경 구축하기 (중심을 지키기 위한 활동)
- 책을 참고하여 내 중심을 지키기 위한 활동, 환경을 정확히 알고 세팅하기
- 세팅 후에는 1~2주 동안 생활하면서 잘 맞는 방법인지 테스트하기
2) 나와의 회의시간 확보
- 일주일에 한 번, 한 시간씩 나의 일에 대해 회고하기
3) 조언을 구하는 질문하기
- 대표님, 파트너, 기타 도움을 구할 수 있는 회사 밖 동료에게 1개월 1회 조언 구하기
- 대표님과는 3개월에 1회, 정기적인 1:1 미팅 요청하기
책을 읽기 전에는 내가 절대 안 읽을 유형의 책이라 약간 거부감이 있었는데 읽고 보니 생각보다 괜찮았다. 다음 책도 읽어보고는 싶었지만 안 읽을 책이라 스터디 덕분에 경험의 폭이 넓어지고 있는 중ㅋㅋ
생각만 하고 실행하지 않은지 일주일이 다 되어가지만 (...) 뭐라도 해보려는 게 어디냐 싶은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