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8월 회고
8월은 파도 치는 달이었다. 멍상에 매달리듯 살았고 덕분에 마음 탐지를 많이 했다. 심심하고 외롭던 마음이 사실은 공허함이었다는 것, 번아웃이었다는 것, 그래서 새벽까지 잠도 못 자고 뒤척였다는 것. 그리고 나의 고립감은 사람들과 얼굴을 마주하고 앉아 이야기하거나 30초라도 나누는 포옹으로 달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감사하게도 코로나를 피해 (거의 도둑질하듯) 사람들을 만날 수 있긴 했다. 덕분에 확 시들거나 병들지 않았다. 모두 마음을 봐줄 줄 아는 사람들이었다. 내 마음은 이래. 네 마음은 어때?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나아질까? 이런 대화 속에 둘러싸여 있을 때 안정감을 느꼈다.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대화다운 대화'가 단 5분이라도 이어졌을 때 비로소 살아있다는 감각을 손에 쥐었다.
8월 중순의 대유행 이후로는 대부분의 약속이 취소되었/했다. 나의 건강과 친구의 건강, 그리고 다른 누군가의 건강을 위해서. 이유는 좋지만 어쨌든 사무실에서도, 집에서도 혼자 있는 일상 때문에 고립감이 계속 유지되고 있다. 길거리에 나가 프리 허그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 (버츄얼 허그 개발해주세요. 시급합니다.)
일은 잘 풀리다가 말았는데, 슬펐다. 박준 시인님과 세 번째 텍스트클럽을 열고 다음을 부지런히 준비했기 때문이다. 원래대로라면 지난주에 조향사님과 향기 워크샵을, 그리고 이번 주에는 인사이트로 채운 강연이 열렸/열릴 것이었다. 언제까지고 기다려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지만 그냥 할 수 있는 것을 하기로 했다. 부지런히 다음 책을 읽어놓고 더 많이 생각하고 다른 일을 하는 중이다. 받아들이니 마음이 한결 낫다.
커리어에 대한 고민은 윤성원 님의 코칭과 김해리 님의 #시시콜콜포트폴리오 워크샵에서 힌트를 얻었다. 이 내용은 언젠가 별도의 꼭지로 정리해봐야지. 소중한 시간이었다.
또 내가 풀썩 주저앉지 않았던 이유는 일의 우물을 다른 곳에 마련해둔 덕분이었다. 이번 달 왈 팀의 #멍상가타운홀을 시작으로 이번 시즌 커뮤니티 빌딩에 참여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대한 경험, 특히 어떤 목표를 어떤 지표로, 어떤 데이터로, 어떤 장치로 풀어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큰 배움이다. 회의 때 제안했던 장치가 시스테믹하게+제대로 굴러가는 것을 발견하고, 사람들이 '커뮤니티'를 만드는 모습을 마주할 때마다 즐겁다. 쨍한 기쁨이다.
9월에도 할 수 없는 일은 내려놓고, 할 수 있는 일을 하기로 한다. 할 수 있는 것을 할 수 있는 만큼 하기로. 아무렇게나 살지 않기로. 마음을 반 뼘만 더 써주기로. 조금 더 많이 읽고 많이 쓰기로. 그리하여 건강하게 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