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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 oozoo Nov 08. 2020

다 잘 어울려요

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 <피버 Fever> 후기

(2020년 11월 7일 관람)


60분 동안 불타오른 흥.


아는 만큼 더 많이 보일 것 같은 작품이었다. 굉장히 다양한 장르가 한데 모여 있는 느낌. 복잡하거나 어렵지 않았고 그저 조화로웠다. 국악에 전자음을 믹싱 하고, 판소리 라이브에 맞춰 춤을 추다니, 그런데 이렇게 잘 어울리다니! (나와서 브로셔를 다시 살펴보니, 판소리는 이날치의 권송희 님이 하셨다. 어쩐지 익숙한 소리.)


우주 OOZOO


이날치와 작업한 여러 곡의 안무도 그랬지만 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의 춤은 박자를 바탕으로 한다(고 느꼈다). 박자에 맞추어 움직임이 착착 쌓인다. 그래서 박자가 촘촘하게 이어져있을수록 움직임 조각이 몹시 다채롭다.

일상생활에서는 '덩어리'로 인지하는 발끝(발가락), 발등, 뒤꿈치, 발목이 각각 다른 움직임을 만들어낼 때, 내 몸도 덩어리가 아니라 조각의 모음이겠구나, 싶다. 박자에 맞게 탁 탁 떨어지는 움직임은 묘한 쾌감을 준다. 어깨에서부터 손가락까지 매끄럽게 떨어지는 선은 또 어떤지. 따라 하면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막상 움직여보면 절대 착각이라는 걸 알 수 있다.


마지막 부분에 이르러 북청사자놀음이나 사물놀이를 닮은 음악에서는 특히 더 흥이 났다. 춤추는 사람들은 이게 멜로디가 아니라 다 박자로 들리겠구나, 그럼 움직이지 않고는 못 배기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몸의 어느 한 부분도 쉬지 않고 움직였다. 믹싱이 찰떡같이 되어 있어서 흥이 올랐다.


우주 OOZOO


그리고 역시 의상도 근사했다! 전통의 모티프가 있고, 현대적인 요소가 더해져 정말 이색적이었다. 이날치 영상에서부터 충격을 받았기 때문에 이번에는 충격보다는 즐거움에 가까웠다. 특히나 오늘 어떤 장면은 런웨이가 생각났고 그래서 의상이 더 돋보였다. 조명이나 춤 동선도 런웨이의 모델처럼 보였다.


색동으로 만든 점프슈트, 크롭 티셔츠처럼 연출된 저고리, 아노락 지퍼에 달린 노리개 같은 것들이 눈에 띄었다. 그중에서도 권송희 님 옷에 달린 노리개는 너무 참신한 해석이었다. 장식이라는 기능은 똑같아도 허리춤이 아니라 지퍼 자리에 달려있으니 힙한 디자이너 브랜드 옷처럼 보였다. 굿즈로 팔았으면 바로 샀을 듯.


비트를 쪼갠 움직임에 태평소도, 피리도, 디제잉도, 판소리도 붙는 신기한 춤. 한국무용의 선도 보이고, 힙합과 락킹의 경쾌함도 있었고, 발레의 우아한 태도도 있었다. 춤이 가진 특징과 무드는 각각 달라도, 결국 바탕은 몸이니까 다 잘 어울리는 걸까? 3박자도 4박자도, 국악도 일렉트로닉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애매모호한 춤 회사 최고!



요즘 강다솜 선생님의 수업을 듣고 있는데, 예매하고 보니 선생님이 나온다고 해서 반가웠다. 확실히 아는 사람이 무대에 있으니 더 반갑고 더 자주 눈이 갔다. 수업 시간에 '범 내려온다' 동작을 살짝 배웠는데 일단 3박자에, 올라가야 될 것 같은 다리가 자꾸 밑으로 내려가야 해서 무지 어려웠다. 그런 걸 1시간을 하다니... 무용수들은 정말 대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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