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는, 특히 새의 날개는 자유의 상징이다.
무지갯빛 기름이 둥둥 떠 있는 위로 갈매기가 헤엄친다. 자유롭게 날아다녀야 할 갈매기는 마치 보이지 않는 실로 묶인 것처럼, 배 주위만을 맴돌며 과자가 떨어지기를 기다린다. 육지와 바다를 오가는 작은 여객선 주위는 손가락 크기의 기다란 새우 과자와 특식을 기대하는 갈매기로 가득하다. 아니, 그것밖에 없다. 인간조차 갖지 못한 양옆의 두 날개는 훨훨 날아가기 위해 존재할 텐데, 불쌍한 새들은 인간을 학습하고 종속되어 배부른 채로 굶어 죽는다.
자유란 무엇인가.
고루한 도덕 수업 시간에나 들을 법한 이 질문은, 얼핏 고리타분해 보인다는 점까지 포함해서 그야말로 이 시대의 표상이다. 내비게이션이 없으면 길을 찾지 못하고, 휴대전화가 없으면 다른 사람의 번호를 기억해 내지 못하는 우리 현대인에게 ‘자유’라는 단어는 그다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
자유란 강함이다.
흔히 강한 자만이 자유로울 수 있다고들 말한다. 실로 그렇다. 사장의 휴가는 자유롭다. 신입사원의 휴가는 자유롭지 못하다. 부자는 식사 메뉴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십원 한푼 없을 노숙자는 식사 메뉴고 뭐고 아무것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없다. 갈매기는 애석하게도 최상위 포식자가 아니다. 그래서 인간에게 종속되어 굶어 죽는 걸까. 그렇다면 호랑이는, 사자는, 곰은, 나아가 만물의 영장은 진정으로 자유로운가. 고민한다.
자유란 포기다.
무엇에도 종속되지 않기 위해서는 반대로 먼저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한다. 식욕에 휘둘리지 않고, 성욕에 욕심부리지 않고, 재물욕에 사랑하지 않으면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선인들은 말한다. 그러나 욕심과 욕구는 동일하며, 욕구야말로 우리 삶을 이루는 근간이다. 그것을 단순히 방해물로 취급하는 것은 입안이 쓰다. 다시 고민한다. 조금 더.
자유란 무엇인가.
자유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아닐까. 어떠한 틀에 맞추기 위해 깎아내거나 다듬지 않고, 그 어긋난 형태를 가만두는 그런 것들 말이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배운 것을 의심하지도 않은 채 순종하는 것은 또 싫다. 또다시 고민한다. 계속.
과연 자유란 존재하는가.
모든 생명체는 어쨌거나 먹고 자고 싸야 한다. 우리는 일련의 생존본능에 종속된 생존 기계에 불과하며, DNA라는 이름의 ‘설계도’가 있는 한 그 누구도 자유로워질 수 없다. 그러므로 자유란 허상이다.
자유를 허상이라 여기는 나는 왜 저 하늘을 훨훨 나는 새가 부러울까. 푸른 들판을 막힘없이 달려 나가는 말이, 바람이, 폭풍이, 비가 아름답게 느껴지는 이유는. 그것들을 모두 부족함 없이 동경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자유란 무엇인가.
우리는 안다. 나는 안다. 틀에 찍어낸 듯한 건물에서 쳇바퀴처럼 똑같은 일상을 반복하며 살아가는 것이 자유라고는 할 수 없다. 이것은 명백한 부자유다.
그렇다면, 진정으로, 자유란 무엇인가.
과학자들은 점점 더 우리의 모든 행동이 어떠한 현상에 대한 반작용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뇌가 자극을 느껴서 눈물이 나고, 뇌가 자극을 느껴서 배가 고프고, 뇌가 자극을 느껴서 팔다리가 움직인다. 모든 생명체의 활동은 ‘결과’이지, ‘원인’이 되지 못하므로 인간은 영영 자유로워질 수 없다.
그러나 그 사실만큼은 인정하고 싶지 않다. 평생 무언가에 종속되어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한 번 안정하게 되면, 내 삶과 노력은 무엇이 된단 말인가. 그래서 나는 모든 철학적 유전학적 생물학적 증거를 싹 무시하고, 나를 위한 나만의 결론을 내린다.
자유란 의구심이다. 자유란 부정이다. 자유란 질문이다.
자유의지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이 골치 아픈 현실을 무감각하게 외면하고 싶은 나의 의문을, 생존에 하등 쓸모없는 이 애달픈 호오를, 이성이라고는 추호도 찾아볼 수 없는 비관적 자기혐오를, 모든 것을 싫어하는 순수한 본질을. 나는 그것을 자유라 부르기로 했다.
갈매기는 배가 고프다.
배가 고파서 인간이 주는 과자를 먹는다.
나는 배가 고프다.
배가 고파서 식사를 하며 질문을 던진다.
밥도 충분히 먹은 주제에 왜 배가 고플까.
다이어트를 하겠다면서 왜 매번 먹을까.
차라리 영원히 배가 고프지 않으면 좋을 텐데.
깨닫는다. 배가 고프기에 배부른 때를 안다. 결국 자유는 종속되어 있기에 존재한다.
결론을 낸다. 자유란 무엇인가.
나는 어떻게 해야 자유로워질 수 있는가.
나는 자유롭지 않다고 느끼기에 자유로워지고 싶어 하고, 그래서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