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하는 생각.
다른 사람이라면 내가 참 미울 것 같다.
내가 어디 가서 질투를 살 정도로 대단한 삶을 영위한다는 뜻은 아니다. 나 개인이 엄청난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므로 명확한 근거는 없다. 그러나, 오히려, 그래서 그럴 것 같다. 아무것도 없는 사람이라서. 잘나지 않은 사람이라서.
아무리 애를 써도 모든 사람에게 호감을 사는 일은 불가능하다. 매달 수천만 원씩 기부하고 봉사활동도 꾸준히 하며 모난 곳 하나 없이 팬들에게도 잘하는 연예인에게도 안티는 있다. 이를테면 너무 착한 척을 해서 싫다거나, 눈빛이 불순해서 꼴 보기 싫다는 식이다. 인성이 좋기로 유명한 스포츠 스타도, 선한 영향력으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인플루언서도 늘 혐오성 댓글에 시달린다. 신문 기사를 읽다 보면 어렴풋하게 공포에 잠식된다. 마치 남을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 그런 배틀로얄 호러 서바이벌 게임이 현실에서 열리고 있는데, 나는 그 게임의 주인공도 아닌 엑스트라인 것만 같다.
사람은 정말 많은 이유로 다른 것들을 싫어한다. 성별이 다르다는 이유로, 성격이 다르다는 이유로, 외모가 다르다는 이유로, 분야가 다르다는 이유로,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라리 다르다는 이유면 이해라도 간다. 때로는 나와 비슷해서 싫어한다. 심지어 이러한 호오는 겉으로 드러나지도 않는다. 누군가의 내면에 자리 잡은 지뢰를 하나하나 피하는 일은 정말 어렵고, 노력과 재능으로도 한계가 있다.
궁금하다. 당신의 미움은 어디에서 왔을까.
대체 어디에서 왔기에 나를 이토록 괴롭게 하고 당신을 그토록 상처받게 할까?
당신이 나를 싫어할 이유가 산더미만큼 떠오르고, 동시에 당신이 나를 싫어하지 않을 이유도 바다의 너울만큼 떠오른다. 우리는 언제나 미움의 봉우리를 오르내리며 힘들어하고 마음의 파도에 휩쓸리며 고통받는다. 살다 보면 이런 현실을 받아들이는 시기가 언젠간 온다. 아무도 내 편이 아니며 아무 계기 없이 나를 좋아할 가능성보다는 이유를 가지고 나를 싫어할 가능성이 훨씬 더 크다는 현실을. 그것이 더없이 당연하고, 마치 개가 길가에서 소변으로 영역 표시를 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도 함께 배운다.
동시에 하나의 깨달음을 더한다. 남이 싫은 이유는 결국 내가 싫기 때문이다. 나의 어떤 부분이 싫기 때문에 당신의 그런 점이 싫은 것이다. 남을 전부 미워하고 나면, 가장 상처받는 것은 나 자신이라고.
흔히 누군가의 욕을 가장 먼저 듣는 것은 나 자신, 나의 뇌라고들 말한다. 뇌과학을 섭렵하지 못했기에 참인지 거짓인지 알 길이 없지만, 꼭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타인의 아쉬운 점을 한 번이라도 말하고 나면, 내 눈과 귀는 계속 그 사람의 장점이 아닌 단점을 찾아 헤맨다. 사고가 점점 남을 싫어하기 위해 변해간다. 결국 나는 아무것에도 만족하지 못하고 마냥 싫어만 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그런 삶이 과연 행복한지는 잘 모르겠다. 아니 그것이야말로 불행한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쩌면 내가 가장 행복했던 시기는 아는 게 하나도 없어서 아무도 싫어하지 않았던 때 같다.
이미 너무 많이 알아버린 지금, 더이상 무언가를 싫어하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아주 조금 더 다정한 사람이 되기 위해 나는 노력하고 싶다.
그렇게 당신을 조금 덜 미워하게 되었을 때,
그때는 당신도 나를 조금만 덜 미워해 줬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