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달 아래에서 떠오른 기억

Carpe Diem, Memento Mori

by Becoming

오늘은 오랜만에 진짜로 푹 쉬었다.
토익 시험도 끝났고, 운동도 다녀왔고, 마음까지 가벼운 하루였다.
바쁘게 흘러가던 나날들 속에서 처음으로 한숨 돌린 느낌이 들었다.
오랜만에 아무 생각 없이 쉬면서, 내가 좋아하는 워치 리스토어 ASMR도 보고,
책상 위에 오래된 시계도 꺼내어 닦아주고 시간을 다시 맞췄다.


시티즌 에코드라이브 문페이즈 모델.
빛으로 충전되는 시계라 스마트폰 손전등을 켜놓고 충전해두었다.
달 모양을 오늘 날짜에 맞추기 위해 인터넷을 찾아보니,
내일이 보름이란다.
창밖을 바라보니, 유리창 너머로 환하게 떠 있는 달이 눈에 들어왔다.
참 밝고, 참 예쁘다.


그 보름달을 보고 있으니, 어릴 적 기억들이 하나둘 떠올랐다.
정월대보름이면 가족들과 함께 부럼을 깨고,
잡곡밥에 견과류를 얹어 먹고,
보름달을 바라보며 소원을 빌던 따뜻한 밤들.
그때는 그저 풍습처럼 따라 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그 시간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알 것 같다.


요즘은 이런 기억들이 유독 자주 떠오른다.
조금씩 나이를 먹어가면서, 부모님과 함께했던 일상들이
그때보다 훨씬 더 귀하고 아름답게 느껴진다.
특히 아버지와 함께 목욕탕에 갔던 날들이 떠오른다.
사우나에서 땀을 빼고, 등을 밀어드리고,
나오면서 나눠 마시던 시원한 음료 한 병.
말은 많지 않았지만, 그 짧은 순간들 속에 깊은 사랑이 있었다는 걸
지금은 알 것 같다.


나는 아직 결혼을 할지, 아이가 생길지는 모른다.
하지만 만약 내게 아이가 생긴다면,
나도 그런 따뜻한 기억들을 꼭 남겨주고 싶다.
평범한 하루가 특별한 추억이 되도록,
작지만 오래 기억될 순간들을 함께 만들고 싶다.


인생은 거창한 이벤트보다는
이렇게 조용히 스며드는 기억들로 채워지는 것 같다.


오늘, 나는 다시 배운다.
이 순간을 온전히 즐기라는 것 — Carpe Diem.
그리고 이 모든 시간이 영원하지 않음을 잊지 말라는 것 — Memento Mori.


창밖 보름달을 바라보며,
나는 또 하나의 조용한 다짐과 따뜻한 기억을
마음 깊숙이 새겨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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