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태로운 새벽.

# 춥다

by MOON

나는 언제나 불완전 사람이지만,

지금 이 순간은 와르르 무너질 정도로 불완전하다.


잠깐의 방심으로,

내가 잡고 있던 가느다란 끈을 놓은다면

뭔가 큰일이 생길 것 같은 날이다.


뭐라도 해야겠다 싶어서

핸드폰 사진첩을 연다.


정리병이 있어서 쓸데없고,

그다지 기억나지 않는 무의미한 사진은

금방 정리하는 나이기에

지금의 사진첩은 고이고이 간직하고 싶은

기억의 조각들로만 채워져있다.


사진첩을 보며 생각했다.

내가 만약 사진첩 속

저 장소로, 저 상황으로, 저 사람에게 갈 수 있다면

이 위태로움의 순간이 평안으로 바꾸어질 수 있을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사진첩을 더 깊이 들여다 보았다.


아- 이때는 야외수업을 하고

동기들과 화장실 거울 앞에서 웃고 있구나.

이때는 내가 그 어느 때보다

열정으로 뜨거웠던 날이였고,

이때는 추운 겨울 베스트 프랜드와 영화를 보고

집으로 가는 버스 안이네

이때는 이사 가기 전에 살던 그리운 내 방이네.

이때는 기숙사 2층 침대에 나만의 공간을 만들었었지.


참 즐거웠었고, 참 소중해 보이는구나.


하지만 그 어디로 돌아가든

지금의 위태로움을 잠 재울 수 없겠구나

라는 걸 깨닫는 순간


이전엔 느껴보지 못한 외로움을 만나야 했다.



어딘가 아주 아주 따뜻한 곳으로

도망치고 싶은 새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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