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부 선고를 받은 미스터 모의 마지막 꿈은 찰리 채플린 컨셉의 영화를 찍는 것이다. 그는 서울에서 영화 일을 하는 아들과 아들 여자친구를 불러 시나리오를 보여주고 단편영화를 만든다. 제목은 <사제 폭탄을 삼킨 남자>. 강냉이 모양의 폭탄을 삼킨 남자가 폭파 버튼을 누를까 말까 하는 이야기다. 개봉일은 아내의 기일인 크리스마스로 정했다. 상영회에는 미스터 모와 연약한, 혹은 질긴 줄로 연결되어 있는 사람들이 관객으로 초대되었다. 같은 수영장 회원, 단골 치킨집 주인, 가족, 옛날 애인..
이런 이야기를 하는 감독이 더 많아져야 한다. 자기가 잘 알고 잘 하는 얘기를 한다. 회색 도시와 흑백 화면이 생기 넘쳐 보이는 건 그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보는 나도 덩달아 날개가 돋는 기분이다. 불발탄이 터져서 빛이 막 쏟아지는 순간엔 죽어도 괜찮을 것만 같다.
임대형 감독 영화에 나오는 모든 인물들이 좋다. 싸가지가 없어도, 답답해도, 찌질해도. 여기에선 자영이가 왜 이렇게 애착이 갔는지.
눈물 줄줄 나다가도 피식 웃게 된다. 나도 아는 얘기고 나도 아는 풍경이라서. 이 영화 있는 곳이 크리스마스다.
메리 크리스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