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사랑하는 사람과 제대로 눈과 눈을 맞추고, 얼굴과 얼굴을 마주하고 얘기하지 못했습니다. 솔직하게 모든 것을 말했어야 했어요. 덕분에 멀리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분명히 알게 되었습니다. 발기를 부끄러워하지마. 아니, 지금은 발기보다 좀 더 신성한 느낌입니다. 사랑을 부끄러워하지마.>
러브 익스포져를 우리말로 하면 사랑의 노출. 노출되지 않는 사랑은 어떤 의미를 갖는가? 사랑은 표현해야만 제맛이라고? 어쨌거나 믿음, 소망, 사랑 중 최고는 사랑이라 한다. 소노시온의 2009년 작인 <러브 익스포져>는 4시간이라는 긴 러닝타임도 큰 특징이지만, 장르 자체가 쇼킹하다. 몰카, 아동학대, 근친상간, 사이비 등 온갖 자극적인 것들은 다 가져다 모아놨다. 이 단어들을 성서와 연결지어 풀어낸다.
대략적인 줄거리는(대략적이라고 하기에 너무나 장황한 내용이지만) 한 신부 가족의 얘기에서 시작된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유'의 아버지는 신부가 된다. 유는 아버지에게 죄를 고백하기 위해, 애정결핍을 충족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불량학생들과 어울리며 죄를 짓기 시작한다. 여러가지 죄를 다양하게 저질러보다가 몰카를 찍는 것에 소질을 발견한다. 그가 이 행위를 하는 이유는 어떠한 성적인 쾌감 때문이 아닌, 아버지에게 맞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아버지에게 맞는다는 것은 곧 아버지의 사랑을 의미한다. 그러던 중 유는 아버지의 전 애인이 데려온 수양딸 요코를 여장한 상태에서 만나게 되고, 그녀가 바로 그가 평생에 걸쳐 기다려 온 마리아라는 확신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이들은 아버지와 전 애인의 재결합으로 인해 오빠와 동생 사이가 되어버린다. 이 장면을 모두 지켜보고 있던 제로교회(사이비 교회)의 코이케 아야는 이들 가족에 의도적으로 접근해 유를 제외한 모든 가족구성원을 제로교로 끌어들인다. 유는 제로교회에 잠입해 요코를 구해내고, 이 과정에서 정신병에 걸리게 된다. 그런 유를 얼마 후 정신차린(?) 요코가 구제하고... . . 그렇게 돌고 돌아서 그들의 사랑은 손을 마주잡는 것으로써 증명된다.
영화는 원죄와 참회를 번갈아가며 병치한다. 영화 전체가 죄를 짓고 참회하고의 반복이라고 보아도 될 정도이다. 그 사이클을 바라보며 죄와 인간 삶의 밀접성을 곱씹어봤다. 극중에서 유는 끊임없이 변태가 뭐가 나쁘냐고 말한다. 오히려 자신이 변태인 것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라고 한다. 4시간을 보다 보면 이 개소리가 머리로 이해가 가는 지경이 된다. 극중에서 발기 되는 장면과 팬티가 거의 몇 십 번 나오는 것 같은데 뒤에 가서는 익숙해져서 그것마저 그저 웃겨지는 현상이. . .
4시간을 결코 지루하지 않게 끌고 가는 연출력도 주목해볼 만하다. 특히 유가 제로교회에 침입해 계단을 뛰어 올라갈 때 쫓아오는 이들의 발소리와 그 장면을 번갈아 배치한 씬이 기억에 남는다. 확실히 온갖 터부시되는 것들이 주구장창 나오는 이 영화를 남에게 권할 수는 없겠다... 그러나 너무 너무 너무 재밌다. 소노시온 영화 중 본 것은 안티포르노와 리얼술래잡기, 그리고 이 작품 정도지만 어쨌건 셋 중엔 최고라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세상에 존재하는 수억가지 사랑 중 이런 사랑은 한 개 쯤 있어야 아름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