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욕하기를 좋아하는 사람

승자는 욕쟁이가 아니라 바보

by 안효원

완벽한 인간은 없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실수 안 하는 사람은 없다. ‘무결점’이란 말은 TV에나 어울리는 표현. 그런데 요즘은 실수하기가 무섭다. 조금 잘못해도 크게 욕먹고, 의도치 않은 것인데도 나쁜 놈이라 낙인찍힌다. 처음에는 내가 진짜 무슨 큰 문제가 있는 줄 알았다. 돌아보고, 반성하고, 자책하고, 하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나라를 팔아먹었냐?!’


나도 차라리 남 말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면 좋겠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게 안 된다. 지금이야 믿음 때문에 그렇다지만, 어려서부터 누가 누구 욕하는 소리를 들으면 심장이 벌렁벌렁했다. 어려서는 몰랐는데, 어른들 세상이 이렇게 말 많은 걸 알게 되고,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다. 그러다 유튜브 도올TV ‘서양철학사’에서 <도덕경>의 한 구절을 듣고 속이 시원해졌다.


“뛰어난 사람은 도에 대해 들으면 힘써 행하려 하고,

어중간한 사람은 도에 대해 들으면 이런가 저런가 망설이고,

못난 사람은 도에 대해 들으면 크게 웃습니다.

웃음거리가 되지 않으면 도라고 할 수가 없습니다.”

<도덕경>(노자 원전, 오강남 풀이, 1995. ‘41장. 웃음거리가 되지 않으면 도라고 할 수가’)

‘웃는 사람 = 못난 사람’이란 말을 내 맘대로 해석하고 즐거워했다. 사람에 대해서, 실수에 대해서, 선의에 대해서, 자기 마음대로 이해하고, 자기 마음대로 비웃고, 자기 마음대로 욕하는 사람을 ‘못난 사람’이라고 먹이는데 얼마나 통쾌한가! 잘난 척해도, 그들은 그냥 욕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일 뿐, 신경쓸 필요도, 마음 아파할 필요도 없다. 나는? 남의 눈에 들보를 보고도 쉿!


어중간한 사람이 판치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 크게 떠들어 유명해지고, 다른 사람을 발판 삼아 높아지는 사람들이 만든 핫(hot)함은 지옥 불과 다름없다. 타인을 이해하려 애쓸 때 1도, 말할까 말까 망설일 때 1도, 그렇게 세상의 온도는 떨어지고, 마음의 온도는 올라간다. 할 말 못 하고, 바보같이 사는 그대를 응원한다. 승자는 욕쟁이가 아니라 바보라, 나는 믿는다.


영화를 보면 잘 참고, 손해 보는 사람이 사랑 받는다. '영화는 영화일 뿐'이 아니라 현실도 그러면 좋겠다. 순한 양이 웃을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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