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 땅파기에 이어 자전거 바람이 불었다. 때 묻은 자전거 씻기가 귀찮아 그동안 춥다고 버텼는데, 봄바람이 부니 이제는 피할 수 없다. 그래, 어차피 뭐라도 해야 하고, 자전거 씻는 동안 시간은 갈 테니까. 사실, 이게 힘든 게, 애들이 자전거를 타는 게 아니라, 내가 태워주는 거라 그렇다. 밀어주고, 잡아주고. 달리고. 그래, 다이어트를 결심했으니, 살이나 좀 빼보자!
자전거를 닦으니 업그레이드 타령이다. 둘째는 세발자전거 작다고, 네발자전거를 탄단다. 첫째는 네발자전거 유치하다고, 두발자전거 탄단다. 그래서 첫날은 둘째랑 네발자전거를 탔다. 아, 이게 본능인가. 자전거가 무거워 앞으로 잘 안 가니, 페달을 뒤로 돌리기 시작했다. “그건 아무 의미 없는 거라고!” 몇 번 말했지만 실패. 애 기죽을까 봐 그냥 하는 대로 내버려 두자.
다음 날 일하는 동안 엄마랑 다시 세발자전거를 탔다. 그게 훈련이 되었는지, 이후 네발자전거를 제법 잘 탔다. 이제 좀 편해지나 했더니, 첫째가 보조 바퀴 떼 달라고 난리다. 비틀비틀 꽝. 뒤에서 잡아줄 수밖에 없었다. 아이는 중심을 잃지 않기 위해 빠르게 페달을 밟았고, 덕분에 나는 달리기 다이어트를 할 수 있었다. 숨이 턱까지 차도 격려를 해야 하는 운명이란.
보조 바퀴를 뗀 다음 날 실력이 대폭 상승했다. 그건 아이의 옷을 잡는 손에 들어가는 힘을 보면 알 수 있다. 처음에는 많은 힘을 줘 균형을 잡아야 했는데, 점점 나아지면서, 나중에는 힘이 거의 들어가지 않았다. 달리면서 생각했다. ‘아주 작은 힘으로도 한 사람을 세울 수 있는 거구나!’ 하지만 그것도 한두 번이지, 힘이 들어 ‘혼자서 타라’ 하고 마당에 털썩 주저앉았다.
아이는 낑낑대다 시야에서 사라졌다. 혼자서 자전거를 타는 게 신이 났는지, 돌아올 생각을 안 하고 멀리 갔다. 저러다 넘어지면 어쩌지, 아빠는 달렸다. 아니나 다를까 꽈당, 하지만 울지 않고 툭툭 털어 다시 출발. 내가 잡아줄 때랑 표정부터 다르다. 밤에 옷을 갈아입을 때 보니 온몸에 멍투성이다. 잠들기 전 아이가 말했다. “자전거 타는 거 재밌어. 내일 또 탈 거야.”(3.25)
아이가 뭔가를 스스로 해내는 모습을 보면 기쁘고, 대견하다. 우는 것밖에 할 수 없었던 존재가 그만큼 자랐다는 뜻이니까. 나를 보는 신의 마음도 그렇지 않을까? 나 홀로 바로 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