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아 상어 똥꼬를 지나지 마오

여섯 살 아이와 나눈 죽음에 대한 이야기

by 안효원

잠을 잔 것도, 안 잔 것도 아니다. 물폭탄이 떨어진다 하여, 산 아래 집을 떠나 부모님 집에서 잤다. 잠자리를 가리는 편인데, 집 걱정, 개 걱정, 나라 걱정에 잠이 오지 않았다. 더 이상 버틸 수 없어 깊이 자려는데, 지난밤 보쌈을 당했던 아이들이 일어났다. 아, 집이나 보고 오자. 거친 물소리에 멀리 소방차가 보였다. 집 뒤에 계곡이 생겼으나, 개는 떠내려가지 않았다.


1호는 엄마 따라 노인복지센터에 할머니들 글쓰기 수업에 갔다. 2호도 가면 좋으련만, 아빠가 좋다니 함께할 수밖에. 우리 물 구경 가자! 장화 신고, 우산 들고, 김정민의 ‘최고의 날’을 부르며 개울로 향했다. 끊어진 다리 아래로 흙탕물이 거칠게 흘렀다. 쓰러진 풀들을 보니 지난밤에 비가 어마어마하게 왔음을 알 수 있다. 아, 오늘 밤도 피난을 가서 피로를 쌓아야 하나!


슬금슬금, 아이가 다리 끝으로 다가갔다. 산아, 너무 가까이 가면 안 돼. 떨어지면 물에 떠내려가. “물에 빠지면 어디 가는데?” 한탄강, 임진강 지나서 바다로 가지. “그럼 상어가 잡아먹겠다.” 맞아. “그럼 상어 뱃속 지나 똥꼬로 나오겠네? 캬캬.” 응. “그럼 죽어?” 음, 살아서 상어 똥꼬를 빠져나오는 것보다 죽는 게 낫지 않을까? “맞아. 상어 똥꼬는 더러울 거야. 캬캬.”


장마와 똥꼬. 예상치 못한 대화를 나누며 웃었다. 그런데 진짜 예상치 못한 질문이 이어졌다. “아빠도 죽어?” 응, 아빠도 나이 들면 죽지. “그게 언젠데?” 산이가 아빠 나이가 되면? 40년 지나서? “(손가락을 펴고) 이렇게, 이렇게, 이렇게, 이렇게?” 응. “아빠 보고 싶으면 어떻게?” “산소에 오면 되지?” “몇 번 파면 아빠 볼 수 있어.” “땅을 파도 아빠는 볼 수 없을 거야.”


여섯 살 아이와 한참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아빠, 집에 가자.” 갈 때는 신나게 노래를 불었는데, 올 때는 발걸음이 무겁다. “아빠, 나 집에 빨리 가고 싶어.” 그럼 뛰어가자. 집에 다다를 무렵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아이가 물었다. “아빠, 사람은 왜 죽어야 해?” 우산을 하나 접고 우는 아이를 안았다. “아빠 죽으면 나 무섭단 말이야.” 나도 아무 말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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