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머리 타령

지적인 매력과 탄력 있는 몸매로 극복

by 안효원

좋은 걸 보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유튜브 동영상 ‘야구팬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던 마성의 송구’를 보는데 베트남 김차장이 떠올랐다.(당시에는 분노와 좌절을 불러일으켰지만, 시간이 지나면 꿀잼이 될 수 있다는 삶의 진리를 보여준 동영상.) 코로나 19 때문에 힘들어할 친구 얼굴에 웃음꽃 피라고 영상을 공유했다. 그런데 그는 출처 미상의 이상한 문구를 보내왔다.

41 누구든지 그 머리털이 빠지면 그는 대머리니 정하고

42 앞머리가 빠져도 그는 이마 대머리니 정하니라

이 무슨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인가! ‘이 새끼 떡을 줬더니 똥을 뿌리는구나!’ 욕하려다, 어느덧 우리도 진중해질 나이가 된 걸 깨닫고, 부드럽게 답했다. 나란 사람? 키 큰 사람이 가까이 오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왜? 넓은 이마는 물론이고, 조금 겸손한 머리칼 수가 한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가끔 도시에 나가 엘리베이터를 타면 사방 거울을 보고 깜짝깜짝 놀란다.


그.런.데. 성경 말씀이란다. 레위기 13장. 그냥 떠돌아다니는 우스갯소리 ‘탈모복음’, ‘대머리서’ 정도로 생각했는데, 아…. 그는 말을 이었다. “치유의 은사도 대머리는 왜 안 고쳐주시는지...” 아, 맞다. 김차장은 나한테 ‘대머리 타령’할 자격 있는 놈이지. 녀석은 쐐기를 박았다. “난 대머리, 넌 이마 대머리로 정하니라.” 25년 지기의 거룩한 선포였다. 이 죽일 놈의 우정!


스무 살부터 시작된 탈모다. 대학 동기들은 ‘안효원 모발 이식을 위한 계를 들자!’고 바람만 불어넣었다.(98학번 동기들은 연말에 매년 보여 삶의 활기를 불어넣는다.) 오랜 시간, 빠르지도, 멈추지도 않는 이마 대머리 프로세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 조금만 인색해도 ‘그러니 머리가 빠지지.’, 조금만 실수를 해도 ‘머리 바깥만 빈 줄 알았는데….’ 말 들을까 두렵다.


한참을 고민하다, ‘지적인 매력’과 ‘탄력 있는 몸매’로 승부를 보겠다 다짐했다. 처음 본 사람은 내 외모를 보겠지만, 한 번 본 사람은 내 중심을 보게 하겠다는 야심 찬 인생 프로젝트. 그 후 바지 하나 샀는데, 과감히 허리 33을 주문했다. 근육질 몸매(배 제외)인 나에게 약간 타이트할 것 같지만, 그 이상 팽창을 허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다. 어우, 설레라!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님아 상어 똥꼬를 지나지 마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