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셉션>(크리스토퍼 놀란, 2010)
이젠 극장을 거의 안 가지만, 반드시 스크린으로 보고 싶은 두 명의 감독이 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크리스토퍼 놀란. 클린트 형님은 삶에 대한 통찰로 감동과 교훈을 주고, 놀란 형님은 놀라운 상상력, 완성도로 감탄과 재미를 준다. 그런 놀란 형님의 작품 중에 신포도 같은 게 하나 있으니, <인셉션>이다. 당시 영화기자 3년 차임에도 불구하고, 내용 파악도 어려웠다.
곧 <테넷>이라는 신작이 나오는데, 풍문에, <인셉션>과 비슷하다 한다. 아, 그럼 전작을 이해해야지, 어차피 언젠가 보려고 DVD도 사놨으니. 러닝타임 148분, 3일이면 되겠지. 그런데 높은 몰입도에 새벽 2시까지 한 번에 봤다. 이번에는, 나이를 먹어선지, 이해가 어렵지 않았다. 내용은 간단(?)하다. 대기업 후계자의 머리에 들어가, 쥐도 새도 모르게 생각을 심어 넣어라!
코브(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일당의 활동 무대는 꿈이다. 일이 계획대로 풀리면 좋으련만, 꿈이란 무의식이 작동하는 곳, 의식으로 통제할 수 없다. 자꾸 일이 꼬이고, 꼬이고, 점점 깊은 차원의 꿈(무의식)으로 들어간다. 의식(동료, 계획)은 자꾸 현실로 빨리 돌아가자 외치지만, 무의식의 세계는 어느새 인물들의 목줄을 쥐고 흔든다. 감추고 싶은 비밀마저 드러나게 된다.
꿈과 현실의 혼동, 장자로 시작해 그리 낯선 주제는 아니다. 또 꿈을 조작하는 게 불가능한 현실에서 작품은 무슨 의미일까. 꿈속에서 생각했다. 타인에 자신의 생각을 심는 것은 위험한 일, 인간의 영역이 아니다. 의도는 선할 수 있다. 작품에서도 사이가 안 좋았던 부자를 화해시키고, 에너지 독점을 막으려는 좋은 뜻이다. 그런데 만약, 애초 그 의도 또한 조작된 거라면?
또 생각을 바꾸기 위해선 한 사람의 인생을 완전히 해체하고, 한 주체는 다른 주체에 신과 같은 자리에 서게 된다. 나는 신, 너는 피조물? 이게 인간 사이에 가능한가? 재밌는 건, 작품의 꿈과 우리의 현실이 너무나 닮았다는 것. 자유란 이름으로 욕망을 마음껏 표출하고, 정의란 이름으로 타인의 생각을 제멋대로 바꾸려는 일당이 너무 많다. 그들에게 한 마디 하고 싶다.
“내 생각은 내가 바꿀게, 너나 잘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