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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효원 Sep 13. 2020

비밀의 숲에서 살아남기

맑고도 따뜻한 눈빛의 그녀

<비밀의 숲>, 배우 배두나의 매력에 사로잡힌 곳이다. 시즌 1에서 황시목(조승우)과 함께 재벌의 비리를 파고들었다면, 시즌 2에서는 각각 검찰과 경찰의 대표가 되어, 검경 수사권 조정을 두고 대립한다. 수사권 조정, 검찰과 경찰만 주체인 줄 알았는데, 언론도 엄연한 주체다. 검경은 우세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언론을 활용하는데, 언론이 그렇게 이용만 당할까?     


비밀의 숲, 애초 범죄 해결을 위해 비밀을 캐내는 검찰과 경찰을 말하는 게 아닐까 싶다. 하지만, 그들의 일이 언론을 타고 확대 재생산되면서, 범인 찾기, 죄 묻기란 그들 고유의 일이 국민 모두의 것이 되었다. 깨어있는 시민의 자세로 부패한 권력을 감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아전인수, 침소봉대, 견강부회 하는 언론의 중심 잃은 널뛰기에 일희일비하는 게 당연한가?     


비밀의 숲, 범죄 전문가의 세계와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보통 사람들의 일상도 어느 정도 그렇다. 누구나 비밀은 있기에, 타인을 위한 비밀도 있기에 일상에서 그것은 어느 정도 보호받아야 한다. 하지만, 검경의 스타일이 일상에 침투하면서, 자신은 정의의 편이라 착각하고, 모든 것을 까발리는 폭력이 발생한다. 과연, 개인은 타인을 판단할 만큼, 공명정대한가?     


<비밀의 숲>, 나의 경험과 기억이 얼마나 편협한가 보여줬다. 시즌 2를 보면서 전편이 기억이 안 나 다시 보기를 했는데, 이건 완전 새로 보기다. 내가 다 본 드라마도 그런데, 내가 다 보지 못한 타인의 삶을 정확히 안다고 어찌 자신할까?! 자신에게 관대하고, 타인에게 엄격한 게 트렌드. 그렇게 불신하는 언론에 의혹만 나와도, 사실관계와 별개로, 이미 판단 끝, 유죄?!     


비밀의 숲, 언론은 안개 낀 세상을 더 짙은 핏빛으로 만들고 있다. 타인을 쉽게 빠르게 판단하는 경향은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을 괴물로 만든다. 과연, 우리, 이런 숲에서 살 수 있을까? 비밀의 숲에서 살아남으려면 그녀를 사랑해야 한다. 한여진(배두나)은 맑고도 따뜻하다. 세상에 저런 사람이 있을까 싶으면서도, 보기만 해도 흐뭇하다. 그녀의 투명함에 안개는 스스로 걷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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