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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효원 Sep 16. 2020

깡다구 v 똥고집

<포드 v 페라리>(제임스 맨골드, 2019)

제이슨 본과 다크 나이트,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 시리즈다. (<스타워즈>는 고향 혹은 첫사랑.) 맷 데이먼과 크리스찬 베일이 나오는데도, 농사와 육아 때문에 개봉 당시 보지 못했다. 지난 태풍에 광케이블이 끊어져 TV, 인터넷이 5일 동안 마비돼 미안한지, KT는 쿠폰을 줬고, 드디어 보게 됐다, <포드 V 페라리>. TV와 블루투스 헤드폰 볼륨을 최대로 올리고, “부릉!”     


포드는 ‘타도 페라리’를 외치며, 지옥의 경주 르망24 출전을 계획한다. 미국 내 유일한 우승자 캐롤(맷 데이먼)이 지휘하고, 자동차 잘알 켄(크리스찬 베일)을 개발자이자 드라이버로 영입한다. 지상에서 가장 빠른 두 남자 캐롤과 켄, 그들은 350km로 질주할 때, 모든 생각이 사라지고 오직 몸으로 살아 있음을 느낄 때, 한 가지 질문을 받는다. “나는 누구인가?(Who am I)”     


캐롤은 르망24에서 회사 임원으로부터 어떠한 지시를 받는데, 켄에게 ‘운전대를 잡은 건 너야’라며, 따를지 말지를 스스로 선택하게 한다. 결국, ‘내 존재에 대한 답은 오롯이 내 선택에 달렸다’는 말이다. 그래, 내 인생, 내가 살고, 내가 책임져야지! 마음에 불이 붙는데, 한 가지 의문이 따라왔다. 세상 눈치 보지 않고 내 마음대로 사는 것은 과연 깡다구인가, 똥고집인가?     


이런 질문을 하는 것은, 똥고집인데 자꾸 깡다구라고 우기는 놈들이 있어서다. 혹시 나도 그렇게 될까 봐.(나이 42, 꼰대 되기 딱 좋은 나이.) 다행히 작품에 둘의 차이가 잘 드러난다. 먼저, 똥고집. 앞에서는 친절한 척하지만, 뒤에서 잡아먹으려고 안달이다. 한 임원이 그렇다. 그는 켄이 최고의 드라이버인 걸 알지만, 경주에서 배제하려 한다. 왜? 자기한테 안 굽히니까!     


깡다구는 좀 이상해 보이나, 순수한 열정에, 앞과 뒤가 같다. 켄은 대회에 참가하지 못해서 속이 터질 상황에서도, 텅 빈 공장에서 혼자 차를 만지며, 애정을 가지고 중계를 듣는다. 켄을 보며 똥고집과 깡다구의 차이를 찾았다. 숨구멍, 오랜 친구와 가족이다. 한 존재를 인격적으로 신뢰하는 우정, 그 존재가 빛나길 바라는 가족, 이 두 가지가 있다면, 깡다구로 달려도 좋다!


수많은 사람들의 환호와 산해진미도, 가장 힘들고 외로울 때 함께하는 한 사람과 맥주만 못하다. 뭐, 환호를 받아본 적 없어 모르지만, 받고 싶은 마음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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