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해(兒孩)가도로로질주하오
[나의 아저씨] 어른 사춘기
요즘 ‘나 사춘기야’란 말을 자주 듣는다. 10대, 20대를 멀쩡히 잘(?) 보낸 사람들인데…. 그런데 그것이 그냥 개소리로 들리지 않는 건, 나도 사춘기이기 때문이다. 인생의 절반에서, 나는 사춘기가 없었어,라고 마침표를 찍는 순간, 사춘기가 찾아왔다. 사는 게 대체 뭐가 뭔지 모르겠다.(아시는 분 있더라도 잠시 침묵해주시오. 그대들 덕분에 나이 마흔에 찾아온 사춘기니.)
사춘기를 맞은 이들의 공통점은, 드라마 <나의 아저씨>를 좋아한다는 것, 물론 나도 그렇다. 지난여름, 한 친구가 ‘이선균을 보면 안효원이 생각남’이란 말을 했다. 한참 올랐던 살이 아직 덜 빠졌을 때라, ‘봉골레 파스타’를 아무리 연습해도, 닮지 않았다. 그런데 요즘 살이 빠지고, 병원에 입원한 동네 녀석 응원하기 위해 동영상을 찍었는데, 아주 약간 비슷한 느낌도 난다.
박동훈(이선균)은 꽤 괜찮은 사내. 일 잘하고, 바르며, 무엇보다 따뜻하다. 하지만 자신의 기운을 밖에서 다 쓰는지, 아내와의 관계는 영 시원치 않다. 그에게 계약직 사원 이지안(이지은)이 눈에 밟힌다. 통 웃지 않는 여인, 부모님이 물러준 빚과 할머니를 모셔야 하는 삶이 그녀의 온기를 앗아갔다. 그에게 힘이 되는 건 커피 믹스 세 봉뿐.(덕분에 아저씨들 살 많이 쪘다는.)
고단한 삶을 사는 두 사람, 어느덧 이들은 서로 곁에 선다. 한 사람이 무너지려면 부축하고, 한 사람이 멀어지려면 붙잡는다. 날이 선 소란에 어두운 수렁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이들이지만, 36.5도의 온기로 인생의 추운 겨울을 난다. 동훈네 삼 형제를 비롯해, 등장인물 모두 마찬가지로 불안하다. 사춘기라면 사춘기인 인물들은 적당한 거리를 두고 서로 체온을 보낸다.
단 한 번도 감흥이 없었던 이상의 시 <오감도>가 뜨겁게 다가왔다. ‘13인의아해가도로로질주하오’ 제1의 아해는 박동훈, 제2의 아해는 이지안, 제3의 아해는 ‘너’, 제4의 아해는 ‘나’.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막다른 길목, 무서울 수밖에. 하지만 1이 2를 두려워하지 않고, 3이 4 곁에 선다면 어쩌면 추운 겨울이 끝날지도, 아니 찬 도로를 달릴 힘이 생길지도….
아내가 물었다. “힘내라고 한 번 안아 줄까요?”
나는 돌아서며 답했다. “힘나.”
사진: tvN <나의 아저씨>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