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씨바 마

존나 버텨!

by 안효원

한 달 전, 경북 성주에 다녀왔다. 아내의 외갓집 식구들이 총출동하는 자리인데, 우리는 처음 참석했다. 1박 2일 동안 먹고 마시고, 그야말로 천국 같은 시간을 보냈다. 결혼 10년 만에 드디어 처갓집의 처갓집 식구들과 완벽한 가족이 되었다. 그쪽(대구, 경북)에 있는 식구들은 이 모임을 위해 오랫동안 준비했는데, 외삼촌이 특히 열과 성을 다했다고 나중에 전해 들었다.


지난겨울부터, 멀리서 오는 아이들 놀라고, 집 아래 있는 계곡을 정비하고, 모래사장까지 만들었다. 토종닭을 잡아 백숙을 할까, 닭볽음탕을 할까 고민할 때, “다 해라, 그래야 감동하재”라며 논란을 잠재웠다. 도끼를 들고 닭을 손질하던 모습은 아직도 눈에 선하다. 기분이 좋은 삼촌은 조카 사위를 두고 많은 얘기를 했는데 말마다, “아 씨바 마”가 추임새로 붙어있었다.


성주 여행의 기운은 오래 갔고, ‘아 씨마 마’는 내 입을 떠나지 않았다. 사는 게 고단하여 마음이 처질 때, ‘아 씨바 마’를 외치며 기운을 북돋웠다. 한국인으로서 보통의 삶을 살고 있는데, 살만하다가도, 문득문득 고달프다. 세상을 바꿀 생각을 진즉에 버렸고, 나 사는 동네라도 좋게 해볼까 애썼지만, 그것도 만만치 않았다. 지금은 내 마음 하나 다스리기도 쉽지 않다.


태풍 소식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영글고 있는 벼들 다 쓰러지겠다. 긴 장마로 이미 흉년인데…. 그러다 지붕과 물통 사이, 7미터도 넘는 거미줄을 봤다. ‘거미 너 대단하구나’ 싶다가, ‘오늘 밤에 태풍 온다는데 어쩌냐’ 걱정됐다. 겨우 제집 마련했는데, 너도 사는 게 만만치 않구나. 에이씨, 좀 덜 먹고, 일 더 하면 되지, 걱정도 선불이냐?! 거미(나)를 향해 외쳤다.


“아 씨바 마, 존나 버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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