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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효원 Oct 30. 2020

몸이 가장 빛나기를

[깜언 골프 10] 나이 마흔, 남자 셋, 골프

‘골프는 몸이 친다.’     


들에 갈 때 보통 ‘일당백’이나, 여러 목사님들 설교를 듣는다. 들으며 일하며, 심심할 틈이 없고, 지칠 때 큰 힘이 된다. 또 떠올리기 싫은 생각들을 살포시 눌러줄 수 있다. 하지만 어머니와 일할 때는 아무것도 듣지 못한다(않는다.) 툭툭 말을 던지는데, 귀에 이어폰을 끼면, 의도치 않게 씹어야 하니까. 효도 효(孝), 근원 원(源) 자를 이름에 넣고, 이름처럼 살기를 바라는 부모님.     


뭐 나쁜 것만은 아니다. 가끔 옛날 얘기를 하는데, 내가, 나의 부모가, 할머니 할아버지가 어떻게 살았는지 듣는 게 의외로 꿀잼이다. “지금은 일 끝나고 차 타고 오니까 좋지. 그때는 쓰러질 만큼 일하고도 한 시간을 걸어와야 했어.” 전형적인 ‘Latte is horse’지만, 가짜 뉴스는 아니니까, 인정! 그럼 나는 지식을 최대한 활용해 강의, 설교를 하고, 어머니는 꼬리를 내린다.     


이놈의 고추, 크기도 하네. 앉았다 일어났다, 한 시간을 따고 뒤를 돌아보면 한 3미터나 왔나? 그래, 좋은 생각을 하자. 고추가 맵다고 나까지 독해지면 안 되지. 요즘 빠져 있는 골프 생각을 하는 게 어때? 콜! 김차장이 말했다. ‘조금씩이라도 매일 치는 게 중요해.’ 이건 뭐, 국영수 중심으로 공부하란 말인데, 어디 가서 치냐고? 매일 형님네 연습장에 갈 수도 없고.      


‘집에 연습장을 만들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 집에 공구 좀 있는 남자! 웬만한 건 자르고 붙일 수 있다. 그때부터 머릿속에 다양한 설계도가 나왔다, 사라졌다. 비닐하우스 파이프로 할까? 망은 전에 고라니 망 쓰라고 누가 갖다 준 게 있어. 어디가 좋을까? 재동이(개) 집 옆에다 할까? 개가 놀랄 텐데. 어쩌면 ‘나이스 멍!’ 할지도. 순식간에 고추 박스가 가득 찼다.      


길가에 처박혀 있는 망을 깨끗이 빨아 트럭에 실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집 뒤 차고가 좋겠어. 나사 박고 망만 걸면 될 거 같아. 드르르륵, 올라갔다 내려갔다. 뭐 하는 짓인가 싶기도 했지만, 한 시간이 지나 어쨌든 세상에서 가장 가깝고 소박한 연습장이 생겼다. 볼 품 없지만, 상관없다. 골프에서 중요한 게 옷 아니요, 채 아니요, 바로 내 몸 아니던가? 필드에서 몸이 가장 빛나기를! _ 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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