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언 골프 11] 나이 마흔, 남자 셋, 골프
허리가 아프다. 지난 이틀 동안 고추를 따서 그런가? 앉았다, 섰다, 구부렸다, 폈다를 반복하기를 수천 번. 칠순의 어머니도 파스를 달고 살지. 지금 허리 통증은 2주 전 시작된 거라고 봐야 한다. 여러 논을 하나로 합치는 과정에서 빠지는 곳이 생겼고, 지난봄 논을 갈 때부터 트랙터, 이앙기가 빠졌는데, 긴 장마로 논이 잘 마르지 않아, 기어이 콤바인도 빠지고 말았다.
1천7백 평, 콤바인 두 대가 벼를 베는 시간은 30분도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논이 질어 한 시간 이상 고생하다, 결국 전체 논의 20분의 1도 안 되는 80평 남짓을 남겨놓고 떠났다. 아, 저걸 어쩌나. 남겨두면 사람들 지나가면서 흉볼 것 같고, 지금 베자니 밥때가 애매하고. 그래, 일단 시작하자. 나는야 성실한 농부! 낫과 혹시나 해서 챙긴 눈썰매를 끌고 논에 들어갔다.
푹, 푹. 빤스가 젖을 정도로 빠졌다. 진흙이 장화를 물고 안 놓을 것이 빤해 양말을 벗고 맨발로 들어갔다. 흙과 한 몸이 된 모래와 작은 돌조각이 다리에 생채기를 냈다. 가장 큰 문제는, 일에 속도가 붙지 않는다는 것. 끄응하고 들어가, 조금이나 베고, 물 위 눈썰매에 올려, 겨우 논둑으로 나오니, 해는 어느덧 하늘 꼭대기를 한참 지났다. 배고픈 것보다 허리가 더 아팠다.
제대로 설 수도 없어, 클럽을 잡을 수 없다. 그때 베트남에서 김차장의 빛나는 스윙 동영상이 도착했다. 김사장, 김차장과 수다를 떨면서 속에서 무언가 불타오르는 것을 느꼈다. 보건소로 달려가 900원을 내고 진통제를 받았다. 한 봉 먹었는데 효과가 바로 느껴졌다. 골프채를 잡고, 구부정한 자세로 휘둘렀다. 프로 될 것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지만, 했다.
스윙할 때 좌우로 중심이 잘 이동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박하림프로는 공을 양쪽으로 던지며 느껴라 하지만, 감지 잘 안 왔다. 바로 그때, 봄에 모판 옮기는 동작이 떠올랐다. 리듬감 있는 좌우 움직임, 지난 10년간 만 번은 하지 않았는가! 그 느낌으로 스윙을 하니 동작이 훨씬 부드러워졌다. 허리도 낫는 것 같았다. 땅, 아프게 하고 살려도 주니, 병 주고 약 주고다. _ 안기자